‘웹3.0’ 시대를 대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분산형 데이터 저장 기술인 블록체인 서비스 수요에 대응하는 조직체계를 정비하는 한편 웹3.0 핵심 인프라로 부상한 NFT·가상자산지갑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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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이 웹3.0 시대 전환을 대비하기 위해 분주하다. 웹3.0이란 탈 중앙화와 개인의 콘텐츠 소유를 특징으로 하는 차세대 인터넷을 의미한다.

과거 웹2.0은 페이스북·넷플릭스·구글 같은 거대 플랫폼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데이터를 독점하는 체제였다. 반면 웹3.0은 데이터 소유권을 서비스 이용자에 돌려주고, 이용자가 서비스 방향을 직접 결정, 자신의 활동에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튜브는 크리에이터에게 조회수와 구독자수에 비례해 수익을 분배한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는 플랫폼인 유튜브가 독점했다. 만약 유튜브가 웹3.0 서비스로 전면 전환된다고 가정하면 크리에이터가 직접 플랫폼 운영에 관여하고 데이터 소유권을 확보하는 체제가 된다. 기존 유튜브 몫을 이용자와 나눠야 하는 셈이다.

빅테크 입장에서는 이러한 특성을 갖춘 웹3.0을 달가워 할 리 없다. 중앙화된 거대 플랫폼과 경제체제를 사용자에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빅테크를 포함한 국내외 기업들은 웹3.0 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모습이다.

구글은 이달 초 구글 클라우드 산하에 웹3.0 개발자용 백엔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팀을 신설했다. 해당 팀에서는 개발자와 이용자 모두가 블록체인 데이터를 탐색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웹3.0시대에 늘어날 블록체인 수요에 대비하고, 이를 이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여기에 구글은 또 기업이 가상자산을 결제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자산팀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블록체인은 웹3.0 디지털 경제를 구축할 수 있는 인프라다. 아직 서버의 안정성과 속도, 충분한 탈중앙화를 위한 과제는 적지 않지만,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이용자가 디지털 자산을 전송하거나 받을 때 중개기관이 별도로 필요가 없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CEO는 웹3.0을 언급하면서 "구글은 블록체인에 주목하고 있다"며 "강력한 힘을 지닌 기술이기 때문이다"라고 언급했다.

소셜미디어 기업은 NFT를 중심으로 웹3.0 요소를 도입하고 있다. NFT 구매가 활성화되면서 생겨난 ‘전시' 공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인스타그램은 이용자가 자신의 계정에 가상자산 지갑을 연동해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도록 한다. 또 NFT를 인스타그램에 게재할 수 있는 기능과 함께 NFT를 만드는 기능도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티파이도 미국 안드로이드 이용자를 대상으로 NFT 갤러리를 테스트하고 있다. BTS와 협업한 DJ 스티브 아오키 등 유명 아티스트 프로필 페이지에 접속하면 그들의 NFT를 살펴볼 수 있다. 트위터도 지난 1월 같은 방식으로 프로필에 NFT 이미지를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서도 비슷한 변화가 일고 있다. 카카오는 웹3.0시대 핵심 인프라인 ‘가상자산지갑(월렛)’를 서비스한다. 카카오 자회사인 그라운드X 역시 가상자산 지갑 클립과 암호화폐 등을 서비스한다. 또 해외 블록체인 사업법인인 크러스트를 통해 디파이 서비스 등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 출시한 갤럭시S10부터 여러 암호화폐를 보관할 수 있는 가상지갑을 도입했다. 최근에는 스타트업 투자 자회사인 삼성넥스트를 통해 미국 미스틴랩스에 투자했다. 미스틴랩스는 메타의 가상자산 지갑 ‘노비'를 만든 개발자가 모여 창업한 곳으로 웹3.0 인프라를 개발하고 있다.

네이버·라인은 계열사 라인넥스트를 통해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라인넥스트는 NFT거래와 이용자 간 소통을 동시에 지원하는 가상자산지갑 ‘도시월렛'을 선보였다. 라인넥스트는 올 상반기 중 NFT플랫폼 ‘도시(DOSI)’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