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세준 기자]

원격제어로 농작업의 편리성을 추구한 1세대 스마트팜에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정밀농업으로 생산성 향상을 추구한 2세대 스마트팜으로 도약하기 위해 클라우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컬티랩스가 충북 태안에서 운영하는 스마트온실.
원격제어로 농작업의 편리성을 추구한 1세대 스마트팜에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정밀농업으로 생산성 향상을 추구한 2세대 스마트팜으로 도약하기 위해 클라우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컬티랩스가 충북 태안에서 운영하는 스마트온실.

우리나라 스마트팜 수준은 현재 1.7~1.8세대로 한국과학기술평가원에 따르면 최고선진국인 유럽연합(EU)과는 약 2년의 기술격차가 있는 상황이다.

많은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원격제어로 농작업의 편리성을 향상한 1세대 스마트팜을 넘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으로 정밀농업을 구현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2세대 스마트팜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분석·활용과 이를 위한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더 높은 단계의 스마트팜을 여는 열쇠로 논의되는 클라우드에 대해 살펴봤다.

 

# 인터넷 접속만으로 고성능 서버와 컴퓨터를 자기 것처럼 활용 가능

 

클라우드란 사용자가 필요한 자료나 프로그램을 자신의 컴퓨터에 따로 저장하지 않아도 인터넷상에 저장하면 인터넷 접속을 통해서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클라우드에 저장된 자료들은 단순 저장을 넘어 공유, 응용, 공동작업 등도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사용자는 클라우드의 대규모 저장공간, 서버, 소프트웨어 등을 마치 자신의 컴퓨터처럼 활용할 수 있는데 이를 클라우드 컴퓨팅이라 한다. 미국 아마존사의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애저(Azure), 한국의 네이버 클라우드 등이 대표적인 클라우드 플랫폼이다.

클라우드는 AI와 빅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4차 산업혁명의 기초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저장·분석하고 AI를 개발하는데 필요한 슈퍼컴퓨터를 구입하기 어려운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이 고성능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용자가 원하는 만큼만 서비스를 구매해 사용할 수 있으므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다수의 사용자도 동시에 PC, 모바일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 클라우드에 접속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 농업에서 클라우드 기술의 가능성

 

스마트팜도 빅데이터와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2세대 진입을 앞두고 클라우드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데이터 수집뿐 아니라 빅데이터 분석, AI 서비스 개발·보급 등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클라우드는 향후 스마트팜의 발전에서 중요한 기초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

안은기 유비엔 대표는 클라우드란 데이터의 집합소고 데이터를 모으면 빅데이터가 된다클라우드에서 빅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AI 서비스 개발·적용까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스마트팜의 모든 설비가 농장에 개별적으로 설치·운영되는 기존의 독립형 시스템은 각 농장의 컴퓨터에 데이터가 저장돼 빅데이터 구축과 빅데이터 활용 프로그램 보급을 위해선 농가들을 일일이 직접 방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클라우드를 활용하면 클라우드와 연계 맺은 모든 농가의 데이터 수집·분석, 시설제어, 서비스 개발·보급을 한 번에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클라우드에 100농가가 연결돼 있으면 100농가를 한 번에 모니터링하고 관제할 수 있다또 농가별 비교·분석과 개별농가보다 더 많이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화 도출도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표준화된 방식으로 다양한 기기 접속과 운영이 가능한 클라우드 특성을 이용해 기존의 복합환경제어시스템 외 로봇, 드론 등 외부 기기를 활용한 스마트팜 시스템 확장이 용이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클라우드 플랫폼이 스마트농업에 존재하는 다양한 참여자들과 서비스를 통합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데이터, , 서비스가 선순환하는 데이터농업 산업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도 기대되고 있다.

이미 네덜란드, 미국, 일본 등에선 다양한 농업용 클라우드 플랫폼이 등장해 다채로운 농업서비스를 공급·판매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와게닝겐 대학이 2000년대 초 설립한 데이터플랫폼 레츠그로우(Let’sGrow)는 지금까지 네덜란드의 데이터농업 생태계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재배자들과 농기업들이 레츠그로우에 제공한 데이터는 레츠그로우 클라우드에 저장되며 재배자들과 농기업들이 원한다면 연간 500~2000만 원의 서비스 사용료를 지불해 레츠그로우로부터 다양한 분석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레츠그로우의 분석서비스를 통해 재배자는 자신의 농업현황을 분석할 수 있으며 농기업이나 농업 컨설턴트들도 레츠그로우의 분석과 연계해 맞춤형 컨설턴트, 생육 분석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판매할 수 있다.

또 레츠그로우의 데이터를 이용해 개발한 서비스는 서로 연계해 상품화할 수도 있다. 네덜란드의 비멕스사와 피노베이션사는 각각 자신들의 작물분석모델과 영상촬영기술을 연계한 작물생육진단기 크롭옵저버(CropObserver)를 개발, 레츠그로우와 연계된 프리바, 호겐도른 등 복합환경제어시스템 운영업체들에 납품하기도 했다.

클라우드 서비스가 꼭 재배·사육 분야뿐 아니라 유통·소비 분야와 결합돼 농업인 소득향상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거라는 전망도 있다.

윤성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지능화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생산 분야에서만 활용하는 게 아니라 유통·소비 분야까지 연결하면 농업인 소득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클라우드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다양할 것이라 전했다.

 

# 단순 데이터 저장을 넘어 분석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 필요

 

스마트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클라우드 기술이지만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개선돼야 할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클라우드의 다양한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는 국내 농업용 클라우드 플랫폼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윤 책임연구원은 아직까진 주로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저장만 하고 있는데 클라우드의 수많은 기능 중에 일부만 쓰는 형편이라며 예를 들어 가축 발정기를 측정할 때 가축의 생체데이터를 모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모은 데이터를 분석해서 발정기가 맞는지 아닌지 판단을 내리는 것까지 클라우드에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 후지쯔사의 농업용 클라우드 아키사이는 경영관리, 생산관리, 영농지도, 시설환경제어 서비스 등을 클라우드에서 데이터를 분석해 제공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내년 중 개방형 스마트농업 데이터·AI 클라우드 플랫폼을 구축해 민간과 공공이 보유한 데이터의 공유·거래를 장려하고 이를 기반으로 데이터 농업 기술·서비스 개발을 장려하고자 계획 중이다.

기술적으로 클라우드의 안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스마트팜 기자재 업체 대표는 지난 10월에 발생한 카카오 서비스 장애 사태가 보여줬듯이 클라우드 자체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클라우드와의 접속이 불안정해지면 관련된 모든 설비가 작동을 멈출 수 있다이 경우 농장에서 발생하는 변화에 바로 대응을 못해 한 해 농사를 망칠 수도 있는 것이라 우려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많은 연구자들이 분산형 클라우드의 일종인 엣지클라우드(edge-cloud)를 연구하고 있다.

윤 책임연구원은 엣지는 클라우드와는 별개의 로컬 노드지만 클라우드와 연결돼 기능을 내려받고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클라우드에 장애가 생겨도 엣지에서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어 클라우드와의 단절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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