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혁신기업] "경리업무 솔루션·협업툴로 K-SW 수출 성공스토리 쓰겠다"

입력: 2022-09-01 10:08 안경애 기자

폰트

기자 구독

"기업·금융 연결" 모토로 B2B 핀테크 산업 개척
경리나라 해외 버전 와북스·협업툴 플로우 주력
선택·집중하되 서두르지 않고 단계적 확장 적중
'해외사업' 그룹의 핵심 캐시카우 되도록 만들것

'SW 수출 성공신화' 도전하는 웹케시글로벌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전선을 너무 넓히지 않으면서 서두르지 않고 현지 시장을 파고들겠다. 웹케시그룹의 한국 내 성공사례를 가지고 해외로 나가서 제대로 된 SW(소프트웨어) 수출 성공 스토리를 만들겠다."

이실권 웹케시글로벌 대표는 지난달 25일 디지털타임스와 화상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캄보디아에서 약 한달간 머물며 현지 사업과 솔루션 개발을 지휘하고 있다.◇"글로벌 기업과 금융을 연결하겠다"= 1999년 웹케시 창업 후 '기업과 금융을 연결한다'는 모토로 B2B(기업간 거래) 핀테크 산업을 개척해온 웹케시그룹이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이를 위해 2018년 웹케시그룹 내 사업부를 분리해 웹케시글로벌을 설립했다. 주력 무기는 중소기업용 경리솔루션 'AI경리나라'의 해외 버전인 '와북스(WABOOKS)'와 협업툴 '플로우'다. 웹케시글로벌을 이끄는 이실권 대표는 삼성에서 약 30년간 근무하면서 해외사업을 경험한 전문가다.

이 대표는 "웹케시그룹은 한국 시장에서 B2B 핀테크 1인자가 됐지만 한국 시장은 성장에 한계가 있다.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웹케시그룹은 AI경리나라, 위멤버스클럽, CMS(자금관리시스템), 플로우, 비즈플레이 등의 솔루션을 갖고 있다. 충분히 해외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받을 상품이 많다는 판단이다.

이 대표는 "이들 상품을 가지고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 해외 사업은 그룹이 한국에서 성공한 모델만 가져가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웹케시글로벌은 작년 중반 캄보디아에서 와북스를 출시했다. 캄보디아는 석창규 회장이 지난 10년간 현지 SW 인재를 양성하며 관계를 다져온 곳이다. 현지 와북스 고객은 20여 곳에 달한다.

이 대표는 "약 1년간 고객들이 제품을 쓰면서 완전한 현지화가 이뤄졌다. 이제 확산할 준비가 됐다. 이를 위해 현지 세무사들과 협업하는 한편 주력 시장인 베트남에도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성장성 큰 베트남 시장에 집중= 베트남은 인구가 1억에 육박하고 스마트폰, SNS, PC에 익숙한 젊은층이 많다. IT 발전속도도 빠르다. 여기에다 최근 중국을 떠난 제조기업들이 베트남으로 많이 진출하면서 관련 파트너 생태계도 커지고 있어서 충분한 성장 잠재력이 있다는 판단이다. 베트남에는 와북스를 쓸 만한 기업이 50만 곳 정도인데 그중 한국계를 포함한 외국계는 3만5000곳 정도 된다.

이 대표는 "여러 조건이 사업을 펼치기에 적기다. 최근 경쟁력 있는 현지 파트너를 찾은 만큼 조만간 큰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웹케시글로벌은 베트남 호치민 현지 ERP(전사적자원관리) 기업에 투자해서 합작법인 웹케시제뉴인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한국인 대표가 20여년 전 설립해서 200개 가량 고객을 두고 있고 그들과 연결된 파트너가 9000개가 넘는다. 그들이 웹케시글로벌의 1차 타깃이다.

이 대표는 "베트남은 이제 시작이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만 1만개 정도 되니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2~3년 내에 9000개 고객만 확보해도 매우 큰 시장을 잡는 것이다. 웹케시를 시장에 알리고 규모를 키우는 것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IT에 친화적이고 한국 제품에 대한 로망이 있으니 상대적으로 성장 속도가 빠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지에도 비슷한 툴이 있지만 와북스와 비교하면 수준차가 있다는 게 웹케시글로벌 측의 설명이다. 웹케시는 금융을 근간으로 은행, 보험회사 등을 잘 연결했고, 이런 구조를 베트남에서도 만들었다. 베트남 주요 은행들의 계좌정보와 거래내역이 와북스에서 다 수집된다. 특정 은행 한두 곳의 정보만 공유되는 현지 툴과는 다르다. 기업들은 여러 은행과 거래하고 대금을 보내는데, 와북스 같은 툴이 없으면 각 은행마다 온라인뱅킹에 들어가서 작업을 해야 한다.

이 대표는 "이 기능을 본 기업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 써본 이들은 '이런 기능까지 되느냐'며 놀란다. 한국에서 이미 우리 솔루션을 써본 사람들은 '왜 이제야 왔느냐'고 한다"고 말했다.

◇협업툴은 선진국 중심으로 공략= 협업툴 플로우는 다른 스토리를 써간다는 계획이다. 플로우는 웹케시그룹에서 분사한 마드라스체크에서 개발한 솔루션으로, 선진국이 타깃 시장이다. 웹케시글로벌은 일본과 영국에 법인을 세우고 곧 솔루션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런던은 유럽 본토 및 북미시장 진출의 거점이 될 것이다. 영국에서 성공한 후 유럽, 미국으로 가겠다"면서 "협업툴은 MS,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사업을 하고 있는데, 그들과 직접 대결보다는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주로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조 대기업과 협력사들만 잡아도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렇게 시장에 발을 들여 현지 기업들도 관심을 가지게 되면 그들의 수요에 맞는 버전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일본에서는 현지 ERP 기업과 협력한다. 그들이 많은 고객사에 플로우를 소개하면 효과적으로 시장을 넓힐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이 대표는 "슬랙, 팀즈 등 다른 협업툴은 모두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형이다. 클라우드에 올리고 다 같이 접속해서 쓰는 구조다. 이와 달리 플로우는 SaaS와 자체 구축 방식 모두 있다"면서 "규모가 큰 기업들은 SaaS형을 달가워하지 않는 곳이 많다. 보안 이슈를 우려해서다. 플로우의 차별성이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형 메신저를 제공하면서 프로젝트 관리 기능이 강력한 것도 플로우의 강점이다. 큰 프로젝트뿐 아니라 단위 과제들도 프로젝트화해서 관리할 수 있다.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대화와 문서를 주고받고 각 과제에 대한 일정관리를 할 수 있다. 필요한 문서가 계속 쌓여서 관리되고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을 트래킹할 수 있고, 내부 직원뿐 아니라 외부 인력도 참여해서 협업할 수 있다. 다른 협업툴이 지원하지 않는 기능이다. 한국 시장에 딱 맞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최근 플로우는 국내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에도 자체 구축 방식 솔루션 형태로 공급됐다. 매우 중요한 레퍼런스를 확보한 것이다.

이 대표는 "그 외에도 국내 많은 기업들이 외산 제품을 쓰다가 플로우로 넘어온다. 과히 선풍적인 인기"라고 강조했다.

◇"서두르지 않고 다지면서 가겠다"= 웹케시글로벌의 전략은 서두르지 않고 단계적으로 시장에 진입해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석창규 회장도 해외 사업은 서두르지 않았다. 서두르면 무리하고 무리하면 실패할 수 있다. 선택과 집중을 하되 천천히 단계를 밟아서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에서 머물고 있는 그는 현지 기업, 세무사들을 만나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사업 상황을 챙기는 한편 와북스와 위멤버스클럽 솔루션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캄보디아와 베트남에서 와북스와 위멤버스클럽, 플로우로 시장을 만들면 3~5년 후에는 자연스럽게 인도차이나반도의 태국, 라오스 등에 웹케시의 이름이 알려질 것으로 본다"면서 "인도차이나반도 이후에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가능하면 싱가포르까지 가려 한다"고 말했다.

위멤버스클럽은 세무사와 수임처 간에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업무를 시스템화한 플랫폼으로, 완성도를 높여서 해외에서 제대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 플랫폼을 이용하면 세무사와 수임처들이 팩스, 이메일, 서류전달을 할 필요 없이 시스템 내에서 데이터가 오가기 때문에 월말이나 분기결산을 위해 며칠간 밤을 셀 필요가 없어진다. 세무사들은 업무효율이 올라가니 더 많은 수임처를 발굴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위멤버스클럽은 현지 버전을 만들었지만 기능을 보완해 가야 한다. 와북스 고객 기반이 넓어지면 세무사들에게 소개하고 시장을 넓혀가려 한다"고 말했다.

◇속도가 느리더라도 목표는 높이= 차분히 가더라도 목표하는 지점은 높다. 와북스와 위멤버스클럽, 플로우 사업을 통해 국내보다 큰 매출을 일으키고 그룹의 가장 핵심적인 회사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게 이 대표의 각오다.

그는 "해외 사업이 그룹의 핵심 캐시카우가 되도록 만들겠다. 한국의 수많은 SW 기업이 해외에서 승부하려 했지만 별다른 성공사례가 기억나지 않는다. 그룹의 기술력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성공 스토리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웹케시그룹은 1000명 규모의 조직으로 벤처처럼 의사결정이 빠르고 유연하다. 각 계열사 대표가 100% 의사결정 권한을 갖는 것도 강점"이라는 이 대표는 "1000명 조직이 한 식구처럼 움직이는 그룹의 강점을 바탕으로 무에서 유를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사진=이슬기기자 9904s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