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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와 동갑’, 1일 800억 건 업무 처리하는 AI의 정체

기사입력 2023.02.22 17:26
[인터뷰] 배상근 세일즈포스 코리아 본부장 “세일즈포스의 아인슈타인은 7년 차 AI 인턴”
  • 세일즈포스는 2016년 아인슈타인이란 AI를 출시, 각 기업의 비즈니스 최적화를 지원해왔다. /세일즈포스
    ▲ 세일즈포스는 2016년 아인슈타인이란 AI를 출시, 각 기업의 비즈니스 최적화를 지원해왔다. /세일즈포스

    인공지능(AI)이 연구실 문턱을 넘어서고 있다. 그동안 연구개발(R&D) 단계에서 비중 있게 다뤄졌던 AI 기술이 실제 소비자에게 공개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AI연구소 ‘오픈AI’가 개발한 대화형 AI ‘챗GPT’나 영국 AI 스타트업 ‘스테빌리티AI’의 이미지 생성 AI 모델 ‘스테이블 디퓨전’이 대표 사례다.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원하는 정보를 알려주는 챗GPT는 출시 두 달 만에 1억 5000만 명 이용자 수를 돌파하며 2016년 알파고 이후 새로운 AI 신드롬을 일으켰다. 스테이블 디퓨전은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한 직후 이를 활용한 스타트업들을 대거 등장시키며 이미지 시장 생태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소비자와 접점이 높아지면서 AI 시장은 새로운 혁신을 맞이하고 있지만, 여전히 남은 과제가 있다. ‘비즈니스 활용’이다. AI는 개발 과정에서 컴퓨팅 인프라 구축, 데이터 사용료, 모델 개발, 인건비 등 높은 투자금이 발생한다. 챗GPT의 기반이 된 초거대 AI의 경우 모델 개발에만 최소 천억 원 단위의 금액이 투입된다. 기업은 투자한 금액 이상의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동안 높은 학비를 감당하며 육성한 AI 학생을 이제 졸업시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AI로 인한 비즈니스 창출을 이룬 기업은 아직 많지 않다. 데이터 구축과 활용, 모델 정확도 개선, AI 신뢰성과 공정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서다. 이 가운데 비즈니스 영역에서 하루 평균 800억 건이 사용되는 AI가 있어 주목된다. 세일즈포스의 ‘아인슈타인’이다.

    아인슈타인은 이세돌 바둑기사와 대결한 알파고와 같은 연도인 2016년에 출시된 AI다. 고객관리 접점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공급하던 세일즈포스가 더 효율적인 서비스를 위해 개발·출시했다. 아인슈타인은 알파고와 같은 시기 등장했지만, 사용 목적이 달랐다. 알파고는 바둑 대결로 딥러닝의 우수성을 알리고 이로 인해 수많은 연구성과를 내게 했다면, 아인슈타인은 AI로 비즈니스 성과를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를 직접 증명하는 역할을 했다. 사람으로 가정하면 알파고는 연구실 조교로, 아인슈타인은 기업 인턴으로 근무한 셈이다. 일례로 독일 코카콜라는 매장에 제품을 어느 곳에 위치하면 매출이 많이 발생할지, 현재 고객 요구사항은 무엇인지 등을 아인슈타인으로 분석해 영업 성과와 고객 만족도를 함께 높였다.

    배상근 세일즈포스 코리아 본부장은 고객관리 접점에서 계속 서비스를 제공해 온 세일즈포스의 경우 비즈니스 분야에 AI 역할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느끼고 이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고 밝혔다. 고객관리체계(CRM) 플랫폼 기업이 아인슈타인이라는 명칭을 구매해 AI 아이덴티티를 구축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강남에 위치한 세일즈포스 코리아 사무실에서 배 본부장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배상근 세일즈포스 코리아 본부장은 “세일즈포스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AI를 접근해 관련 기술을 지속 고도해왔다”고 말했다. /세일즈포스
    ▲ 배상근 세일즈포스 코리아 본부장은 “세일즈포스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AI를 접근해 관련 기술을 지속 고도해왔다”고 말했다. /세일즈포스

    - 세일즈포스가 비즈니스에 최적화된 AI를 출시한 이유는.

    “우리는 영업, 마케팅, 유통, 서비스 등 기업이 고객과 만나는 접점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러면서 이러한 활동에 AI가 범용적으로 쓰일 수 있는 분야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관찰해왔다. 그 결과가 아인슈타인이다. 기업들은 비즈니스에 AI를 접목해 더 좋은 결과물을 내기 원하지만, 이러한 AI 모델을 직접 만드는 것은 전문 기업이 아닌 이상 어려운 영역이다. 세일즈포스는 각 기업의 고객 접점에 아인슈타인을 제공하며 AI로 비즈니스 향상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 아인슈타인은 현재 각 기업의 비즈니스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

    “비즈니스 분야에 AI를 접목해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는 많다. 일례로 영업 분야에서는 거래 성사 예측이나 거래 위험도 등을 AI로 분석해 정보를 제공한다. 사용자는 이를 통해 손쉽게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고 위험 요인을 제거, 거래 성사를 높일 수 있다. 콜센터에서도 마찬가지다. 전화 상담원이 응대 시 어려워하는 점 중 하나는 기술적 용어가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용어가 나올 시 대응할 수 있는 답변을 제시해 업무를 지원한다. 콜센터에서는 고객이 한 번의 전화로 모든 문제를 마무리 짓는 것이 주요 과제인데, AI로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제공할 수 있어 과제 달성률을 높일 수 있다.”

    - 사실 클라우드 등 많은 기업이 AI를 지원한다. 차별점은?

    “비즈니스 경험이다. 기술적으로는 우리보다 뛰어난 기업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각 분야 산업의 비즈니스 결점을 알고 이를 AI로 어떻게 풀 수 있는지에 대한 노하우는 세일즈포스가 가장 잘한다. 우리는 고객관리 지원 분야에서 15년간 20만 이상의 고객을 지원해왔다. 그만큼 축적된 데이터와 노하우가 많다. 실제로 아인슈타인은 전 세계에서 하루에 약 800억 건씩 사용되고 있다. 제조, 유통, 금융, 의료, 서비스 등 모든 산업 영역의 비즈니스를 예측하고 최적화하고 있다. 기업마다 AI로 경쟁력을 높이려는 분야가 다른데 우리는 그동안 경험을 토대로 이들의 강점을 끌어낼 수 있다.”

    - 막상 AI를 적용했는데 효과가 없다고 실망하는 기업도 많다.

    “국내에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과거 빅데이터 경쟁을 위해 인프라를 구축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를 비즈니스로 어떻게 연결할지에 관한 고민 없이 인프라를 구축해 이를 활용할 연결고리를 찾지 못해 어려워했다. 빅데이터 구축 자체가 목적이 되다 보니 이를 응용하고 활용할 고민을 못한 것이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먼저 고민했을 때 이러한 문제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

    - 이 문제를 줄이기 위한 세일즈포스의 전략이 있다면.

    “세일즈포스는 각 비즈니스의 문제점이 많이 나타나는 지점들을 찾고, 이곳에 도움을 줄 수 있는 AI 기술을 정의한 후 이를 활용한 방법을 찾는다. 그러다 보니 비즈니스에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지금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기술개발 자체가 목적이 되면 안 된다. 개발자의 만족에만 그치고 이를 활용할 활로를 찾지 못할 수 있다. 비즈니스 관점을 먼저 고민한 후 기술을 개발해야 고객사의 만족을 이끌어 내고 AI 산업의 진정한 부흥을 이룰 수 있다.”

  • 세일즈포스는 아인슈타인을 비즈니스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먼저 탐색 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AI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세일즈포스
    ▲ 세일즈포스는 아인슈타인을 비즈니스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먼저 탐색 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AI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세일즈포스

    - 챗GPT가 인기다. 서비스 공급사로서 부담도 있을 것 같은데.

    “좋은 AI 기술이 나오면 우리는 경쟁하기보단 협력한다. 해당 기술을 우리 기술에 접목해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오픈AI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는 ‘아인슈타인 GPT’를 3월 내 출시할 계획을 하고 있다. 지금의 아인슈타인에 챗GPT를 결합한 서비스라고 보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3월 공개될 예정이다.”

    - 하이퍼포스를 국내에 유치했다. AI 쪽으로도 의미가 클 것 같다.

    “하이퍼포스를 국내에 유치했을 때 얻는 긍정 효과는 데이터를 자국에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를 국내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고객사는 심리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 AI 관점에서도 유리하다. 각 데이터와 AI 기술들을 융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모델 등을 개발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이퍼포스 유치로 세일즈포스 코리아는 또 다른 성장의 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생각한다.”

    - AI 기술 발전을 위해 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내용이 있나.

    “클라우드다. 각 기업의 디지털 전환과 AI 사용에 있어 핵심이 되는 부분 중 하나는 클라우드다. 이러한 클라우드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법과 제도 등의 이유로 변화된 기술을 고객에게 제공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 부분은 국내 디지털 전환이나 AI 등 기술 발전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보수적이라고 평가되는 일본도 클라우드 사용에 매우 개방적인 편이다. 우리도 클라우드에 보다 개방적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

    - 올해 세일즈포스 코리아의 주요 계획은 무엇인가.

    “세일즈포스 플랫폼은 전 세계 많은 기업이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이 세일즈포스를 선택하는 이유는 디지털 전환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과 시장에 발맞춰야 한다는 압박감과 절박감에서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는 기업들이 많다. 이들을 지원하는 플랫폼이 세일즈포스다. 지금까지 특정 산업군은 법과 제도 등으로 세일즈포스를 적용하기 어려운 분야도 있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하이퍼포스를 유치했기 때문에 시장을 더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금융, 의료, 공공, 통신 분야로 시장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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