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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나온 네이버·카카오의 ‘한국형 GPT’…빅테크와 다른 접근법 [기승전-플랫폼]

“변화에 올라타라”…네이버 ‘서치GPT’ vs 카카오 ‘코GPT’
초대규모 AI 활용 차이…‘검색’ 네이버 vs ‘메신저’ 카카오
빅테크 변화 이끈 챗GPT 열풍…네카오, 한국 특화로 대응

‘사람 모인 곳에 돈이 돈다.’ 예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시장 원칙’ 중 하나입니다. 숱한 사례와 경험으로 증명된 이 명료한 문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지금에도 유효한 듯합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은 스마트폰 등장과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현실 공간에서 온라인으로 옮겨 갔고, 여전히 돈을 돌게하고 있죠. 기차를 타고 내리는 정거장을 의미하는 ‘플랫폼’은 ICT 시대를 마주하며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서비스가 도달하는 ‘종착역’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매력을 높여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으려는 플랫폼 기업의 생리를 ‘경제적 관점’에서 들여다보겠습니다. 매주 월요일 오전, 당신이 머무는 종착역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네이버·카카오가 ‘챗GPT(ChatGPT) 시대’에 대응해 새로운 인공지능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한국형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서비스의 탄생이 임박했다.

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으로 꼽히는 네이버·카카오는 ‘챗GPT(ChatGPT) 시대’에 대응해 새로운 인공지능(AI) 모델 구축하고 있다. 초대규모(Hyper Scale) AI를 마련하고, 이를 적용한 신규 서비스를 연내 선보이겠다고 예고했다. 양사 모두 최근 별도의 행사를 통해 신규 서비스에 대한 윤곽을 드러내며 시장의 기대감을 높이는 중이다.

네이버·카카오는 신규 서비스의 주요 특징으로 ‘한국 특화’를 꼽았다. 글로벌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는 빅테크와 직접 경쟁하기보단 국내 시장에 적합한 형태로 서비스를 구축해 성과를 내겠단 취지다. 초대규모 AI를 우선적으로 적용할 서비스로는 양사가 서로 다른 지점을 강조했다. 네이버는 ‘검색’에, 카카오는 ‘메신저’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빅테크 변화 이끈 ‘챗GPT 열풍’

‘사전 훈련된 생성 변환기’ 정도로 번역이 가능한 GPT 기술은 미국 스타트업 오픈AI(Open AI)가 내놓은 챗GPT의 등장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오픈AI가 챗GPT를 본격적으로 서비스한 시점은 지난 2022년 12월 1일. 출시 5일 만에 하루 이용자가 100만명을 넘어서더니, 두 달이 지나선 1000만명으로 증가했다. 미국 데이터분석업체 시밀러웹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챗GPT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억명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챗GPT는 앞서 나온 다양한 대화형 AI 서비스와 달리 정교한 대화 능력을 지녔단 평가를 받는다. 사람처럼, 혹은 사람보다 더 정교한 대화를 구사한다는 점이 이 같은 세계적 열풍을 만들었단 분석이 나온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가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 본사에서 새로운 ‘빙’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챗GPT의 등장은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메타 등 빅테크는 물론 네이버·카카오 등 정보기술(IT) 기업 전반의 변화를 이끌었다. 구글은 ‘코드레드’(Code Red·심각한 위기 상황)를 선언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2월에는 새로운 대화형 AI 서비스 ‘바드’(Bard)를 선보이기도 했다. MS의 경우 자사 검색 사이트 빙(Bing)에 챗GPT를 접목, 새로운 검색엔진을 내놨다. MS는 2019년 오픈AI에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를 투자한 데 이어 최근에는 100억 달러(약 12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챗GPT의 독점 라이선스를 확보했다. 메타 역시 새로운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프로그램 ‘라마’(LLaMA)의 출시를 예고하며 챗GPT 열풍에 합류했다. 메타는 라마의 차별화 지점으로 ‘작은 용량’과 ‘개방성’을 꼽았다.

챗GPT 등장과 함께 ‘위기감’이 글로벌 빅테크 사이에서 번지며 이 같은 변화가 나타났단 견해가 나온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기반 서비스가 각 사 핵심 사업을 대체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이에 대응해 자체적인 초대규모 AI 구축을 강조하고있다. GPT-3.5를 통해 챗GPT가 구현된 것처럼, 자체 초대규모 AI 모델을 제작해 서비스를 고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오픈AI는 1750억개의 매개변수(파라미터·Parameter)를 갖춘 GPT-3에 초거대 언어모델(LLP)을 적용해 GPT-3.5를 제작했다. 챗GPT가 이전 질문까지 기억해 맥락에 적합한 답을 찾아주는 기능은 LLP 기술의 적용으로 구현됐다. 매개변수는 AI의 분석 기본 단위로, 수가 많을수록 정교한 분석과 복잡한 생성이 가능한 구조다.

네이버의 차세대 검색 기술 개발 프로젝트 ‘서치GPT’(SearchGPT)의 서비스 적용 예시 자료. [제공 네이버]

네이버·카카오도 올라탄 기술 변화의 흐름

네이버·카카오 역시 빅테크와 마찬가지로 초대규모 AI 구축을 강조하고 나섰다. 양사 모두 챗GPT에 대응하는 전략을 지난 2월 진행된 2022년 연간 실적 발표 자리에서 공개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당시 “최근에 많은 주목을 받는 생성형 AI 같은 새로운 검색 트렌드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 중”이라며 “올 상반기 내로 네이버만의 업그레이드된 검색 경험인 ‘서치GPT’(SearchGPT·차세대 검색 기술 개발 프로젝트명)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도 “글로벌 기업과 같은 선상에서 경쟁하기보다 자사가 가진 한국어 특화 AI 모델인 코(Ko)GPT를 활용해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날카로운 서비스에 집중할 것”이라며 “연내 AI 기반 버티컬(전문 영역 특화) 서비스를 빠르게 선보이며 비용 경쟁력 있게 AI 역량을 높여 가겠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웍스·클로바CIC·파파고·웨일 등 주요 AI 부서를 통합한 ‘네이버클라우드’가 서치GPT 개발의 주요 역할을 맡았다. 카카오는 AI 전문 연구 계열사 카카오브레인이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는 이후 별도 행사를 통해 개발 중인 초대규모 AI의 윤곽을 공개했다. 네이버는 2월 27일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DEVIEW) 2023’을 통해, 카카오브레인은 2일 ‘생각지 못한 질문’(Unthinkable Question with kakaobrain)을 주제로 개최한 기업 설명회에서 각각 구상하고 있는 초대규모 AI의 전반적인 구상을 내놨다. 해당 모델을 통해 고도화할 서비스의 모습도 일부 선보였다.

양사는 ‘한국 특화’를 핵심으로 꼽았다. 챗GPT가 핵심인 ‘자연스러운 대화’ 기능은 고스란히 흡수하고, 약점은 보완해 자사 경쟁력을 확보하겠단 접근이다. 챗GPT는 한글 등 비영어권 언어로도 대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영어에 비해 정확도와 답변 속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학습한 데이터가 2021년 9월까지라 최근 정보를 반영하지 못했고, 일부 내용은 틀린 사실을 기반으로 답변하는 한계점도 보인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그간 확보한 대량의 한국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챗GPT의 부족한 점을 보완, 국내 시장 맞춤형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가 2월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된 데뷰 컨퍼런스에서 하이퍼클로바X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네이버는 자사 서비스 고도화를 이룰 뼈대인 초대규모 AI에 ‘하이퍼클로바 X’(HyperCLOVA X)란 이름을 붙였다. 이는 지난 2021년 5월 내놓은 ‘하이퍼클로바’(HyperCLOVA)를 개선한 모델이다. 회사는 오는 7월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고, 서치GPT 개발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미 출시한 하이퍼클로바의 매개변수는 2040억개로, GPT-3보다 성능이 뛰어나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의 한국어 학습량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AI 기술 총괄은 데뷰 2023 키노트 발표를 통해 “하이퍼클로바X는 챗GPT 대비 한국어를 6500배 더 많이 학습하고 사용자가 바라는 AI의 모습을 발현시킬 수 있도록 개선된 모델”이라며 “고객이 보유한 데이터가 작은 양이라도 자사 서비스와 결합하면 최적화된 초대규모 AI 프로덕트 구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도 “하이퍼클로바X와 고객이 자체 보유한 데이터를 결합해 사용자 니즈(요구)에 맞는 응답을 즉각 제공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할 것”이라며 “개별 서비스부터 특정 기업 또는 국가 단위까지 누구나 저마다 목적에 최적화된 AI 프로덕트를 만들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도 네이버와 비슷한 형태의 초대규모 AI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김광섭 카카오브레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기업 설명회를 통해 “코GPT는 한국어를 사전적·문맥적으로 이해해 사용자가 원하는 결과를 보여주는 초거대 AI 언어모델”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브레인은 앞서 2021년 오픈AI의 GPT-3를 기반으로 코GPT를 공개한 바 있다. 이보다 성능이 개선된 GPT-3.5 모델을 코GPT에 적용해 신규 서비스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카카오브레인이 2일 기업 설명회 ‘생각지 못한 질문과 카카오브레인’을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진행하고 코GPT 개발 구상을 공개했다. [사진 카카오브레인]

핵심 서비스 다른 네카오, 거대 AI 활용법도 차이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한국 특화 초대규모 AI 구축을 내걸었지만, 활용 지점에선 명확한 차이를 보인다. 양사 모두 콘텐츠·금융·쇼핑·광고·모빌리티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모든 국민이 이용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했지만, 기반이 되는 핵심 영역이 다르기 때문이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집계한 양사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 변화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는 포털 분야에서 강점을 나타냈다. 반면 카카오는 메신저 분야에서 우위를 보였다. 네이버 앱 사용자 수는 지난 1월 기준 4291만명으로 조사됐다. 반면 카카오의 다음 앱은 814만명에 그쳤다. 메신저 분야에선 카카오톡이 4790만명으로 강세를 보였다. 네이버 관계사인 라인플러스의 메신저 앱 라인은 213만명으로 나타났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집계한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요 애플리케이션 사용자 변화 자료. [제공 와이즈앱·리테일·굿즈]

이 같은 핵심 서비스 차이는 초대규모 AI의 활용 방식으로 이어졌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통해 마련할 서치GPT가 ▲정보의 신뢰성 ▲네이버 서비스와의 연결성 ▲효과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멀티모달(Multimodal)을 갖춘 형태라고 설명했다. 멀티모달은 글·이미지·음성·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복합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 검색 의도에 맞춰 정보를 이미지·동영상·음성 등의 형태로 최적화해 제공할 방침이다. 또 네이버는 쇼핑·페이·지도 등의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연동하는 식의 접근도 진행 중이다.

카카오브레인은 코GPT 고도화를 통해 챗봇(코챗GPT) 출시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AI 아티스트 ’칼로‘(Karlo)의 고도화 ▲헬스케어 AI 판독 서비스 ▲신약 개발에 AI 접목 등을 핵심 사업으로 꼽았다. 다만 카카오브레인 측은 신규 챗봇의 카카오톡 접목에 대해선 “카카오톡 내 AI 비서 챗봇 ’죠르디‘와는 다른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그룹에서 강조하고 있는 헬스케어 사업은 판독에 중점을 두고 진행하고 있다. 배웅 카카오브레인 최고헬스케어책임자(CHO)는 “흉부 엑스레이 의료영상의 판독문 초안을 생성하는 연구용 데모 공개를 올해 목표로 삼고 있다”며 “판독문 초안 생성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과 더불어 이를 시작으로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초음파 같은 다양한 모달리티 확장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브레인 주요 사업 계획. [제공 카카오브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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