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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현의 금융이슈]여자가, 디지털을?…여풍이 '순풍' 되려면

은행권 연말 인사 '여성친화' 전면에 내세워
일각에서는 "현장과 괴리된 정무적 인사"
새 리더십, 전략 수립-실행 '애자일' 경영 요구
조정현 기자

인사철을 맞는 CEO(최고경영자)에게 여성 인재 중용은 구미 당기는 사안이다. 비교적 보수적인 은행권에서는 더 그렇다. 조직 체계에 과도한 변화를 주기는 어려운 만큼, 부족해 보이는 혁신의 폭을 여성 인재들이 넓혀줄 수 있다. 여풍(女風), 깨진 유리천장 등 제목도 보기 좋게 달린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디지털 전환이 대세가 된 지난 연말 인사에서는 이런 흐름이 더 두드러졌다. 여성 친화 인사와 디지털 외부인재 영입이 맞물려 은행권의 인사·경영 혁신 의지를 단적으로 나타냈다는 평가도 받았다.


특히 신한금융은 주요 디지털 수장을 모두 여성으로 교체해 주목을 받았다. 먼저 그룹 디지털 전 분야를 총괄하는 CDO에 한국IBM 출신의 김명희 부사장을 임명했다. 삼성전자와 KT를 거친 김혜주 상무가 데이터 부문을 지휘하는 CBO를 맡고 내부 출신인 신한은행 조경선 전 부행장이 IT자회사인 신한DS CEO에 올랐다.

디지털 3개 보직에 모두 여성 책임자가 임명됐고 그 중 2명이 외부수혈됐다. '인사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리 됐다' 라기 보단 다른 판단이 일정 부분 작용했다는 얘기가 신한 안팎에서 나온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지난 2018년 금융권 첫 여성 인재 육성 프로그램인 '신한 쉬어로즈'를 직접 만든 만큼, '여성친화'는 조 회장과 신한의 슬로건이기도 하다.

40~50대 간부급 직원·임원들의 시선은 다른 경우도 있다. 한 간부 직원은 "은행의 임원·부문장은 여러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과 육성을 통해 배출된다"며 "특히 남성 비율이 절대적으로 우세한 디지털 분야에서 여성에 중점을 둔 인사는 외부시선을 고려한 깜짝 발탁이란 말을 들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남성 인재 풀이 넓은 분야에서 일방적 여성친화 기조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디지털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최근 금융권이 주목하고 있는 교육기관 중 '42 서울'이란 곳이 있다. 프랑스의 세계적 소프트웨어 교육 프로그램인 '에꼴42'를 아시아 최초로 공식 도입해 정부가 운영하는 곳이다. 2년간 10~20대 교육생 1,043명을 배출했는데, 75%가 남성이다. 여성의 디지털 분야 진출이 늘어 '남초' 현상이 많이 완화된 게 이 정도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남초를 극복하고 주요 지위에 올라 사업을 진두지휘한 경험이 있으면 그만큼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일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의 남녀 직원 비율이 지난 10년간 드라마틱하게 반전돼 비로소 5대 5(일부 은행 등은 여초) 황금 비율이 만들어졌으니 여성 리더들이 본격적으로 배출되는 게 당연하다는 시각도 있다. 10년 전과 비교해 보면 신한과 KB국민, 두 대형 은행의 남자 직원이 5,000여명 급감한 반면 여자 직원은 2배 가까이 늘었다.

결국에는 리더십이 얼마나 이른 시간에 구체적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지에 달렸다. 여성' 등의 타이틀, 슬로건은 당연히 의미가 없다. 디지털 전환이 급물살을 타면서 전략 수립과 개발·실행이 동시에 진행되는 '애자일'이 필수다. 위에선 큰 틀만 짜고 세부실행은 아래 직원에 맞기는 구습으로는 생존할 수 없는 환경이 됐다. 트래픽이 곧 돈이 되고 이 트래픽은 실시간으로 오고 가 디지털 전략의 성적표다. 경쟁이 치열한 '디지털 야전'에선 뚜렷한 지향점과 디테일하고 즉각적인 사업 실행 전략이 제시돼야 한다.

[그래픽 : 안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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