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Now&Future] 러시아 포위망 좁히는 美빅테크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곽재원 논설위원장
입력 2022-03-04 06: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포위하는 동안 세계는 러시아를 포위하고 있다. 세계가 러시아에 친 포위망은 국제결제망, 사이버 망, 자원 공급망 등 3개의 글로벌 망(網)이다.

국제결제 체제에서 러시아를 퇴출시키는 것은 외환보유고로 6000억 달러 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나라로서는 ‘금융 핵폭탄’에 해당된다. 러시아는 원유와 천연가스 등을 무기로 삼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이 손잡고 나올 때 그 힘은 급감한다. 사이버는 러시아가 대표적인 사이버 테러국으로 불릴 만큼 강국의 이미지를 지녔지만 서방의 빅테크(글로벌 IT 플랫포머)들이 나서면 초라해진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아무래도 이 3망(網)의 위력을 잘못 읽은 것 같다.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대실패를 겪게 된다면 아마도 여기서 비롯될 것이다.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동서 냉전 종결 후의 최대의 세계질서 파괴다. 이는 1991년 12월의 옛 소련 붕괴에 따라 독립한 주권국가에 대한 명백한 침략 행위다. 세계가 단호히 맞서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는 이유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 세계적인 불안을 야기했고, 세계의 초강대국들을 다시 한번 적대시하게 만들었으며, 잠재적으로 수십년 만에 가장 큰 분쟁 중 하나로 연결될 수 있는 개입을 강요했다.
 
여기서 특히 세계정치분석가들이 이번 러시아 침공에서 주목하는 것은 빅테크들의 움직임이다. 과거의 비슷한 사건들과는 달리 밈(특정 메시지를 전하는 그림, 사진 또는 짧은 영상), 가짜 정보 캠페인 등이 동유럽 지역에서 정보의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소셜 미디어 시대이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가 정보 생산과 전달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감안할 때 많은 플랫폼들은 의심스러운 목적에서 네트워크가 오남용 되는 것을 막기위해 재빨리 작동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미국의 민간 빅테크 기업들은 군사 부문 이외의 분야에 ‘참전’해 다양한 형태로 러시아에 제한을 가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다. 구글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광고를 규제하고, 전기자동차 메이커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책임자(CEO)가 우크라이나에 위성에 의한 네트접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국제적 해커 집단도 러시아 정부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선언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지난달 말 러시아 국영 언론의 자금 조달을 일시적으로 막았다고 발표했다. 국영매체 러시아 투데이(RT) ,스푸트니크 인터내셔널 등이 동영상 전송 사이트 유튜브 등 알파벳 서비스를 통한 광고 수입을 올리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유튜브는 러시아 측의 가짜 정보나 프로파간다(선전) 확산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 국내에서는 RT 등 동영상을 열람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미얀마 국군이 지난해 시민을 탄압할 때도 선전용으로 이용하던 국군 운영 채널을 규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자사의 뉴스 전달에서 RT를 배제했다. 회원제교류사이트(SNS)인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와 트위터도 러시아 국영 언론의 광고를 제한했다. 양사 모두 정보전에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영 미디어 투고 내용의 팩트 체크를 엄격화하자 이에 맞서 러시아 당국은 접속을 제한했다.

이번 전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소셜 미디어는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전 세계적으로 매일 약 29억명의 사람들이 접속하는 가장 강력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다. 이 페이스북이 분쟁지역 내 소셜미디어 정보 흐름의 중심에 서 있다. 페이스북 사용자는 러시아에서 약 7000만명, 우크라이나에서 2400만명으로 각 국가 전체 인구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러시아인들은 통신이용시간이 하루 평균 2시간 30분으로 유럽에서 가장 활발한 소셜 미디어 사용자다.

페이스북은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브콘탁테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많은 점유율을 보인다. 브콘탁테는 이용자수가 현재 4000만명인데 2025년에는 70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 한다. 인구통계학적 측면에서 25세에서 34세 사이의 연령층이 두 플랫폼 모두에서 가장 큰 이용자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인스타그램의 인기도 지난 몇 년간 러시아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으며, 2021년 3월 5600만명이 넘는 이용자를 기록했다. 스냅챗은 링크드인과 트위터를 이용자 도달 수에서 앞섰고, 여성 이용자 우위가 두드러진 유일한 플랫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위터는 최고의 남성 존재감을 보인다. 신흥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대해서는 2019년 틱톡의 시청층이 주로 10대 층으로 바뀌었고, 2020년에는 25~34세 여성 층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메신저 분야에선 왓츠앱, 바이버, 텔레그램이 러시아에서 가장 많이 이용된다. 2021년 1월 현재 왓츠앱은 월평균 약 7500만명의 활성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가 설립한 텔레그램은 30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페이스북 메신저는 상대적으로 보급률이 낮아 중장년층이 주로 이용한다. 스냅챗은 2025년까지 550만명에 도달하면서 향후 몇 년 동안 꾸준히 시청자를 확보할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제 전쟁은 단순히 탱크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정보의 흐름을 통제하고 방대한 청중의 충성을 명령할 수 있는 자들이 승리하는 시대인 것 같다. 역사상 처음으로 그 정보를 통제하는 게 민간기업임을 입증하고 있다.

애틀랜틱 카운슬 디지털 포렌식 연구소의 에머슨 브루킹 선임연구원은 "빅테크는 세계에서 수십억명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온라인으로 목격하는 플랫폼(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틱톡)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수십억명의 마음과 마음이 직결되어 있음을 아는 많은 사람들은 빅테크의 영향력이 국가들을 능가한다는 것을 관찰하고 있다. 빅테크는 세계 정보의 문지기다. 그리고 위기 상황에서 그들의 책임은 다음 두 가지가 있다고 브루킹 연구원은 지적했다. "그들은 위험에 처한 이용자들의 안전과 보안에 대해 즉각적인 책임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폭력사용을 가능케 하는 허위 정보와 전쟁 선전을 제거할 더 넓은 책임이 있다."

미국 노스이스턴 대학의 클라우디아 사비아가 연구원은 러시아가 ‘오보 사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전 페이스북 펠로인 그는 "러시아의 접근법은 현실과 그들의 선전 메시지를 혼합해 사람들을 그들의 사고방식으로 바꾸려고 하는 오래된 KGB 전략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푸틴의 오산(誤算)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들은 항상 국정(國政) 문제에서 중립을 지키는 데 신중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총리 등 각국 정상들은 메타, 트위터, 구글 등을 통해 러시아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널리 퍼뜨렸다. 메타(페이스북)가 러시아 국영 미디어가 자사 플랫폼에서 광고를 내보내는 것을 막기로 한 것이나 트위터가 러시아 국영 미디어 웹사이트 링크를 공유하는 트윗에 편향된 정보를 소비할 수 있다는 주의 단서를 추가한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다만 일각에서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중립성을 유지하고 '언론의 자유'라는 가치를 지키려다 보니 충분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그렇게 많은 권력이 그렇게 소수의 손에 쥐어지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의문도 크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들의 노력은 높이 평가받고 있다. 메타는 분쟁에 관한 콘텐츠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전문가들로 구성된 '특별 운영 센터'를 출범시켰다.

지금은 이용자들이 소셜 플랫폼에서 공유하는 미디어의 흐름이 너무 크고 빨라서 무엇이 진짜인지 아닌지 구별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틱톡은 우크라이나 태그가 붙은 비디오가 앱에서 1분에 92만8000회 시청되는 등 지상에서의 상황을 전달하는 주요 매체 중 하나가 됐다. 그러나 틱톡 역시 잘못된 라벨과 잘못된 정보가 퍼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플랫폼과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들은 이번 분쟁의 중심이 되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그들은 분쟁을 외면하지 않고 본격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복역 중인 러시아 반체제 인사 나와리누이는 지난 2일 페이스북에 메시지를 투고해 “평화로운 나라로…. 적어도 침묵의 나라가 되지 말자”며 러시아 국민에게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의 소리를 높이라고 호소했다. 러시아 당국은 각지의 반전시위를 강력히 단속하고 있다. 인권 단체 ‘OVD 인포’에 의하면 침공 후, 6800명 이상이 구속되었다. 나와리누이는 러시아에서 자랑할 만한 것이 있다면 반전 포스터를 내걸었다가 구속된 사람들이라고 칭찬했다.
 
2001년 9월 11일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세력에 의한 뉴욕 동시테러 이후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IT 기반의 새로운 소셜 미디어들이 대거 출현했다. 이들은 글로벌 플랫폼을 형성하며 미국 경제를 견인하면서 세계의 소프트파워를 장악하고 있다. 이들 빅테크 기업들과 러시아 강권주의가 정면대결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온 기술패권 경쟁시대의 진면목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는 중이다.
 

푸틴 "우크라 나토 가입해 크림 공격 시 전쟁 불가피" (모스크바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