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피할 수 없다면 계획하라"…SAP 공급망 전문가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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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2-11-2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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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비드 발레호 SAP 글로벌 공급망 계획·제조·물류 총괄 수석부사장

  • "AI 모델로 원자재 가격 동향 파악, 선제 대응"

  • 다단계 공급망이 재난·재해 상황 가시성 제공

  • 관세 규제, 노조 파업 등 상황별 문제 포착도

  • "클라우드 전환 고객사라면 잘 활용할 수 있어"

데이비드 발레호 SAP 글로벌 공급망계획·제조·물류 총괄 수석부사장 [사진=SAP]

전사적자원관리(ERP) 세계 선두 기업 SAP의 공급망 분야 전문가가 예측하기 어려워진 글로벌 공급망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공급망 관리(SCM)'뿐 아니라 '공급망 계획(SCP)'이 필요하다고 기업 경영진들에게 조언했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 'SAP 비즈니스 이노베이션 데이' 현장에서 만난 데이비드 발레호 SAP 수석부사장과 기업 경영 전략 관점의 SCP를 주제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SCM과 달리 SCP는 아직 생소한 용어인데,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

"넓게 보면 기업이 어떤 제품을 설계하고 제조하기까지, 제품의 수명주기와 이를 위한 공장 자동화 기술, 창고와 물류·수송 등을 관리하는 것은 모두 SCM의 영역이다. 하지만 여기에 묶인 모든 요소를 물리적으로 잘 관리하려면 계획을 하는 두뇌가 필요하다. 주어진 자원과 외부 환경 변화를 예측하고 제조 영역의 관리 의사결정과 어떻게 맞물리게 관리할 것인지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관리를 잘하기 위해 그 대상을 모두 포괄적으로 고려하고 예측하는 게 계획에 해당한다."

-SCP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발생한 국제 물류·공급망 차질 문제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나.

"SAP는 SCP에 포함되는 '예측 모델(predictable model)'을 통해 미래에 발생할 문제 상황을 선제적으로 정의할 수 있다. 어떤 (에너지 가격이나 물류비 폭등과 같은) 공급망에 관련된 요소의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고 있는 상황이 발생하면, 인공지능(AI)·머신러닝 기반으로 가격 추이를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다.

SAP는 다양한 글로벌 산업계 내부 데이터와 공개된 데이터에서 가져온 정보를 활용해 기업이 앞으로 벌어질 일을 좀 더 정확하게 예상하고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해 달라.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가 공정에 사용하는 페인트의 공급사가 일본 후쿠시마에 있었다. 후쿠시마에서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후 이 회사가 페인트를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 됐는데, 대다수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 회사 페인트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문제를 모르고 있었다.

SAP와 협력한 기업들은 이런 원자재 소진 문제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원자재 수급을 위한 물류 배송 상황에 가시성을 확보했다. 원자재를 납품하는 업체만이 아니라 이 업체가 물건을 확보해 가져오기 위해 공급망에서 거치는 단계를 모두 감시하는 다단계 공급망(multi-tier supply chain)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우한이 폐쇄되자, 여기서 생산되는 원료를 쓰던 세계 최대 음료 제조사도 공급망 문제를 겪게 됐다. 이 회사도 자체 SCM만 가동하다가 공급사의 공급사, 그 공급사, 외부 물류 업체까지 모두 관리하는 다단계 공급망 시스템을 채택했다. 이들의 비즈니스 상황 데이터는 'SAP 비즈니스 네트워크'에 모여 서로 연결되고 SAP 고객사에 정확한 예측 모델과 높은 가시성을 제공하는 데 쓰인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대미 수출 기업의 관세 리스크나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까진 예측할 수 없지 않나.

"경영 관점에서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환경문제가 생겼을 때 비즈니스에서 가장 취약한 지점을 미리 찾아내고 대비할 수는 있다.

자동차 제조사는 사고 발생 시 어느 부분이 가장 파손 위험이 클지 판단하기 위해 공장에서 충돌 테스트를 한다. 재난·재해나 국제 물류·수송, 제조 공정과 원료 확보 등의 차질이 언제 생길지는 알 수 없어도 발생했을 때 빠르게 대처하고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SCP를 통해 취약점을 관리하는 우선적인 목표다.

규제·노조 이슈도 경영진이 대처하려면 그게 어떤 배경에서 발생한 문제인지 빨리 파악해야 조기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은 마찬가지고 SCP 도입은 이런 점에서 유용할 수 있다."

-SAP가 사업 기반을 구축형 솔루션에서 클라우드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는데 SCP 사업은 이 비전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많은 요소가 클라우드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향후 몇 년간 많은 구축형 솔루션이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할 것이다. SAP가 제공하는 SCP 솔루션은 처음부터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공된다. 구축형 솔루션으로 비즈니스를 운영하던 기업 고객이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할 때 우리 솔루션을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데이비드 발레호 SAP 글로벌 공급망계획·제조·물류 총괄 수석부사장 [사진=임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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