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IBM "금융업은 '모 아니면 도' 안 통해…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가치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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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2-12-2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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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존 뒤기넌 IBM 금융서비스 총괄 사장 인터뷰

  • 전면 전환은 성장, 비용절감, 규제준수에 불리

  •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남은 IT 80% 전환 핵심

  • 금융권 데이터 활용은 이제 밑그림 그릴 단계

  • 수년 내 IBM표 양자 컴퓨터 금융권 입성 예고

존 뒤기넌(John J. Duigenan) IBM 글로벌 인더스트리 금융서비스 부문 총괄 사장 [사진=IBM]

금융 업계가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활용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전면 전환 사례를 찾기 어렵다. IBM에서 20여년간 금융 분야 IT 시스템 기술과 솔루션을 제공해 온 존 뒤기넌(John J Duigenan) IBM 글로벌 인더스트리 금융서비스 부문 총괄 사장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퍼블릭 클라우드 활용에 분명한 가치가 있지만 모든 IT 시스템 환경을 거기에 '올인'하면 당초 기대한 비용 절감, 사업 성장, 보안성 확보에 실패하기 십상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내용.

-전 산업에서 퍼블릭 클라우드 도입이 활발하지만 금융 분야에서 전면 전환 사례는 없는 것 같은데 왜 그럴까.

"퍼블릭 클라우드 도입의 핵심은 원래 자본지출(CapEx)이었던 IT 시스템 투자를 운영비용(OpEx)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퍼블릭 클라우드에 애플리케이션과 데이터를 놓고 쓰는 게 자체 데이터센터 운영보다 더 저렴하다는 기본 전제가 있었다. 실제로는 고객이 애플리케이션을 클라우드로 옮기는 과정이 너무 힘들고 대부분 비용이 너무 많이 늘어 당초 클라우드가 약속한 비용 절감이 실현되지 않았다. 초기에는 보안 구성과 정책을 변경하는 리스크까지 감수해야 했다. 왜 비용이 줄지 않았는지, 비용효율을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이 제기됐고 클라우드 전환에 대한 사고와 접근 방법론이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이 형성됐다."

-그 인식이 확산한 결과가 기존 데이터센터를 유지하면서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방법론인가.

"퍼블릭 클라우드 공급업체는 어느 곳이든 '전부 옮기거나 하나도 안 옮기거나', 즉 워크로드 종류에 상관없이 모두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클라우드 활용이 이런 '모 아니면 도(all or nothing)' 방법론으로 간다면 금융사는 클라우드 활용이 불가능에 가까운 얘기가 된다. (클라우드로) 단순히 옮기는 것이 불가능한 50년 이상 된 코어뱅킹 시스템을 운영하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IBM과 레드햇은 그런 워크로드를 어떻게 옮기는 것이 고객에게 합리적인지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제대로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퍼블릭 클라우드와 기존 데이터센터 또는 자체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것이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아닌가.

"고객들에게 하이브리드 클라우드가 무엇인지 물으면 다양하지만 대부분 멀티 클라우드와 동의어라고 여기는 곳이 많다. 워크로드를 여러 개 클라우드에서 쓸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인데 이 개념으로는 퍼블릭 클라우드를 사용해 얻을 수 있는 가치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통해 얻는 더 큰 가치를 놓치게 된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는 금융 고객이 원하는 상품 차별화, 수익성 개선, 플랫폼 생태계 확보를 통한 지속적인 비즈니스 성장, 운영비용 절감, 금융 분야에서 점차 강화되는 보안 요구와 규제를 준수하기 위한 수단으로 중요하다. 단순히 여러 클라우드에서 워크로드를 운영하는 멀티클라우드와 달리 봐야 하는 이유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가 멀티클라우드 개념과 기술 관점에서 두드러지는 차이점이 있다면.

"미래 클라우드 운영을 위해 항상 기술적 개방성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IBM은 '금융 산업 아키텍처 네트워크(BIAN)'라는 글로벌 표준에 기반한 API 규격으로 뱅킹 시스템의 상호운용성 확보 방안을 제공한다. 우리 경쟁사를 포함한 모든 생태계 참여자가 표준 기반으로 일관된 (기술 구성요소) 선택권과 대체재를 고객에게 줄 수 있다. 또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아키텍처 중심에 있는 데이터와 AI 활용을 위해 IBM은 메인프레임,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기술과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같은 파트너의 퍼블릭 클라우드를 제공하면서 더 포괄적인 관점으로 금융 산업 고객을 혁신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딥러닝이 최신 AI 활용 성과를 선도하고 있지만 금융 업계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뉴욕 소재 은행과 20년 넘게 거래했는데 이곳은 나를 여전히 '학생'으로 추정한다. 축적된 기초 데이터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단 뜻이다. 부서 간 단절을 극복하고 데이터 편향성 없는 학습, 보안 우려 최소화, 데이터 검증을 수행하면서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해 머신러닝을 수행해야 하는데, 그 데이터를 퍼블릭 클라우드에 가져가는 걸 규제 당국이 허용하지 않는다. 딥러닝은 이보다 더 고도화된 데이터 활용 수준을 요구한다. 먼저 기초적인 데이터 활용부터 시작해 그 수준에 다가가기 위한 밑그림이 필요하고 그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대단히 큰 금융사도 아직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IBM은 금융사가 소비자에 대한 종합적 관점을 확보하고 AI나 딥러닝 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다양한 데이터 출처를 연결하고 일련의 아키텍처와 기술을 조합해 구축하는 '데이터 패브릭'을 제안한다."

-내년 이후 금융 산업에 나타날 변화를 어떻게 전망하나.

"클라우드 확산이 수년간 진행됐지만 전체 과정을 고려한다면 여전히 시작 단계에 있다. (전통 IT 시스템의 클라우드 전환이) 10~20%밖에 진행되지 않았고 나머지 80%가 진행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클라우드가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 지속하는 디지털 전환 흐름에 맞춰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제대로 도입하고 활용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사이버 위협이 지속해서 커짐에 따라 공격을 감지하고 대응하는 데 AI를 활용하려는 수요가 있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분야에서 혁신하기 위해 도움을 구하는 고객도 많다. IBM은 기술·제품, 컨설팅 서비스, 파트너 생태계, 이 세 가지를 바탕으로 고객과 협력하고 있다. ESG 경영 대응 관점과 대규모 거래를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요구사항에 맞춰 '리눅스 원' 메인프레임을 코어 시스템으로 활용하길 원하는 곳이 있다."

-IBM과 레드햇은 한국 금융 고객사를 어떻게 도울 수 있나.

"IBM은 이미 성공적인 기업으로 평가받은 레드햇을 인수하고 지금도 독립적으로 운영되게 하고 있다. 독립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IBM이 인수되기 전 레드햇이 MS, 구글(클라우드), AWS와 밀접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었고 이를 통해 실현할 수 있는 혁신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IBM은 이 혁신을 더욱더 강화하고 싶기 때문에 레드햇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IBM은 레드햇의 '오픈시프트'를 우리가 제공하는 가치의 대표격으로 얘기한다. 오픈시프트는 쿠버네티스 컨테이너, 데브옵스 도구, 컨테이너 이미지 저장소, 보안 메커니즘 구현 기술 등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운영 환경을 위한 여러 기술을 묶은 패키지다. IBM은 '클라우드팩'과 같이 레드햇과 상호보완적인 소프트웨어 역량을 오픈시프트 기반으로 제공해 자체 데이터센터부터 모든 클라우드까지 고객이 원하는 어느 곳에든 쉽게 배포할 수 있게 제공하고 있다."

-미래 기술로 꼽히는 양자 컴퓨팅을 활용한 금융 업계 '리스크 최적화' 시나리오는 언제쯤 실현될까.

"딥러닝을 논하기 이전에 데이터 활용 역량의 기초를 잘 쌓아야 한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되면 큰 잠재력이 발휘될 것이다. IBM은 수년 내 (실용적인 양자 컴퓨팅 솔루션을 금융) 시장에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현실적이고 유의미한 대규모 딥러닝 모델 연산 가운데 양자 컴퓨팅 기술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 있다. 'IBM 퀀텀'의 연구 생태계에 대학과 연구기관, 금융사와 헬스케어, 에너지 등 대규모 시뮬레이션으로 도움을 얻고자 하는 산업계 이해관계자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차세대 분석 모델을 양자 컴퓨팅으로 실현하고자 협력하는 파트너 네트워크에서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고 수년 내에 상업적인 솔루션을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10년, 20년 전엔 실용성을 의심받았지만 이제 업계에 당연시되거나 도입 가능성이 높아진 기술이 또 있나.

"스마트폰이 대표적이다. 삼성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의 디바이스가 우리의 일상, 일하는 방식과 비즈니스 모델을 바꿨다. 클라우드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기술 공급자가 혁신을 실현하고 있다. 블록체인도 예로 들 수 있다. 저마다 의견이 갈리는 것은 사실이다. 분산 원장이 활용되려면 메타버스 시대가 열려야 한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10년 전만 해도 블록체인이 아주 먼 미래 기술이라고 인식됐고 지금도 성숙도가 낮아 그 잠재력을 입증해야 하는 초기 단계에 있긴 하다. 최근 미국에서 일어난 (세계 3위 암호화폐 거래소 'FTX' 회계 부정) 사태처럼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화폐 디지털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주목할 가치가 있다. (산업계의 관심을 끄는) 흥미로운 지점에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존 뒤기넌(John J. Duigenan) IBM 글로벌 인더스트리 금융서비스 부문 총괄 사장 [사진=I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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