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에 '디지털트윈' 주목

기록적인 폭우로 재난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향후 재난 대비 방안으로 '디지털트윈'이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트윈은 현실 세계를 쌍둥이처럼 반영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전 예측이 가능한 만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일부 지역에서 시범서비스 수준으로 추진 중이어서 확산 정책이 요구된다.

아산시는 한국국토정보공사(LX)와 함께 디지털트윈을 활용한 지능형 하천관리체계를 국토교통부 시범사업으로 구축 중이다.

아산시의 디지털트윈 기반 하천관리체계. 자료= 한국국토정보공사
아산시의 디지털트윈 기반 하천관리체계. 자료= 한국국토정보공사

아산시 디지털트윈은 LX공사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천을 모니터링하고 홍수 예·경보를 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출 예정이다. 연내 구축을 완료해 내년부터 활용하는 것이 목표다. 기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반영하고 수문 제내지·제외지 실시간 수위도 확인할 수 있다. 홍수 예·경보와 함께 강우량과 시간에 따라 수위가 얼마나 높아질 수 있는지 직관적인 예측까지 가능하다. 침수피해 이력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가 잦은 지역은 사전에 행정력을 투입해 대비할 수 있다.

아산시는 지난 2020년 집중호우로 제방 4.4㎞가 유실되고 농경지 103ha 및 가옥·시설물 174동이 침수돼 327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기도 했다. 잦은 침수가 고민이었던 아산시는 국토부의 디지털트윈 시범사업에 참여했다. 하천관리 기능을 갖춘 LX공사의 디지털트윈 플랫폼을 채택했다.

LX공사의 디지털트윈 플랫폼은 2018년부터 전주시와 함께 맞춤형 행정서비스 모델을 구현하기 위해 개발됐다. 행정 서비스 중 하나로 하천 실시간 관리 서비스를 해보면서 디지털트윈 플랫폼에 물관리 기능도 구현했다.

전주시는 수온·수심·용존산소량 측정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전주천 상·하류 2곳에 설치했다.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함과 동시에 누적된 데이터를 분석해 오염원을 관리했다. 더 나아가 '하천 수위 시뮬레이션' IoT 센서를 통해 하천 수위를 측정하고 시설물 안전 관리에 활용했다.

아산시는 이 플랫폼을 통해 아산시 내 하천 수위를 관제하고 상류지역의 하천 상황을 파악해 데이터 기반 홍수 예·경보 시스템 구축키로 했다.

디지털트윈으로 물관리에 나선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울진에서는 디지털트윈을 활용한 해안도로 침하예측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지표투과레이더(GPR), 모바일맵핑시스템(MMS), IoT센서로 해안도로 상태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파랑의 높이와 속도까지 입력해 해안선 변화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

폭우로 인해 윤석열 대통령이 스마트기술을 활용한 물 재해 예·경보 시스템 구축을 지시하면서 이들 디지털트윈 시범사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산·울진 등에서 구축 중인 시스템은 제한적인 데이터를 활용한 시범사업 수준이다. 재난 예방·대비를 위한 디지털 트윈 확산을 위해서는 정부의 본격적인 플랫폼 구축 사업이 필요해 보인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올해에도 디지털트윈 시범 사업을 추가로 선정할 계획”이라면서 “여러 분야에서 사업을 해보면서 기능과 가능성을 타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