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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기대했나"...더존비즈온 보는 신한은행의 복잡한 속내

'금융-ICT 협력' 18개월째...신한, 지분투자 손실액 506억원 달해
더존비즈온 주가·실적 부진에 '속앓이'...신사업 성공에 성패 달려

 

[FETV=권지현 기자] 신한은행이 더존비즈온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 2021년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의 만남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더존비즈온의 주가와 실적이 동반 부진을 겪으면서다. 신한은행의 손실액이 500억원을 넘어서자 '애초에 과도한 배팅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7일 더존비즈온 주가는 종가 기준 전일(3만6000원)보다 2.77%(1000원) 떨어진 3만5000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4만원을 웃돈 5거래일을 제외하고 좀처럼 3만원대 중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존비즈온은 더존ICT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기업 내 생산·물류·재무·회계·영업 등 경영 활동 프로세스들을 관리해 주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전문기업이다. 시장 점유율은 20% 수준으로, SAP 등 외국 기업을 제외한 국내 ERP 기업 가운데 점유율·매출 1위다. 최근엔 비즈니스 플랫폼, 그룹웨어(UC)·문서관리(ECM) 솔루션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2021년 9월 17일 더존비즈온에 전략적 투자를 진행했다. 자사의 금융서비스를 더존비즈온의 기업용 플랫폼에 접목해 기업 특화형 디지털 금융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산이었다. 중소기업이 이 플랫폼을 이용하면 은행 영업점에 방문하지 않고도 신한은행 통장개설, 대출, 자금관리 등이 가능해진다. 신한은행으로선 우량 중소기업과 그 직원들을 플랫폼 하나로 추가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투자한 금액은 총 723억원으로, 더존비즈온 자사주 62만120주(1.97%) 전량을 장외거래를 통해 사들였다. 1주당 매각금액은 전날인 9월 16일 종가(10만6000원)보다 10% 높은 주당 11만6600원이었다. 신한은행은 이에 더해 더존비즈온의 재무 실적이나 주가가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매입 단가보다 더 할증된 금액의 차액 만큼을 주기로 했다. 한마디로 더존비즈온의 성장성을 높게 보고 일종의 '웃돈'까지 얹어 투자한 것이다.

 

 

문제는 더존비즈온 주가가 '추풍낙엽'이라는 데 있다. 신한은행이 투자를 발표한 이후 열흘 동안 10만원대를 형성하던 더존비즈온은 이후 9만원대로 하락, 작년 1월에는 7만원대로 장을 시작했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2일 종가는 전년 반토막인 3만6950원으로, 현재까지도 4만원을 밑돌고 있다. 지난 17일 종가는 신한은행이 사들인 가격보다 70%(8만1600원) 급락, 현재 신한은행 손실액은 506억원에 달한다.

 

지분투자 1년 6개월 만에 500억원 이상 손해를 보자 신한은행이 더존비즈온의 성장성을 너무 높게 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더존비즈온의 성적표는 신한은행의 기대에 크게 어긋난다. 작년 당기순이익은 238.2억원으로 1년 전(537.3억원)보다 절반 이상(55.7%) 깎였다.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소프트웨어 판매인데, 국내 시장에서 이 판매액이 줄어든 영향이다. 지난해 더존비즈온의 ERP10, WEHAGO, Amarnath10 등 소프트웨어의 국내 매출액은 1278억원으로 전년(1531억원)보다 16.5%(253억원) 감소했다.

 

더존비즈온을 바라보는 신한은행의 우려감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2021년 9월 지분투자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더존비즈온과 사업 협력을 이어왔는데, 더존비즈온의 부진이 향후 신한은행의 신사업 성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4월 더존비즈온의 'Amaranth10 클라우드형' 도입을 희망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더존DX솔루션자금대출'을 내놓았다. 이들 기업에 우대 금리를 적용하고 프로그램 설치 비용과 3년 이용료의 최대 90%를 지원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Amaranth10 국내 수요 자체가 부진을 겪으면서 대출 상품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작년 6월엔 중소기업 대상 금융 시장을 선도하고자 합작법인(JV) 설립계약을 체결, 이달 6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기업신용조회 자회사 설립을 승인 받았다. 신설 회사 지분은 더존비즈온 46%, 신한은행 45%, 서울보증보험 9%로 매출채권 팩터링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제 막 첫 삽을 뜬 만큼 효과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더존비즈온은 지난 2020년부터 WEHAGO 회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금융 파트너사들과 매출채권 팩터링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성과는 크지 않았다"며 "이번 자회사 설립은 대형 금융사 파트너 확보 측면에서 의의가 있지만, 성과 가시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지난해 경기 둔화에 따른 중소기업들의 IT 투자 감축과 정부 지원 사업 축소로 더존비즈온의 매출이 감소했는데, 대내외적으로 부정적 상황이 이어지며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며 "실적 반등은 하반기 경기 회복 여부에 달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