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X는 개방·신뢰성 갖춘 데이터 공간이 중요…'가이아-X'가 첫발 될 것"
“디지털 대전환(DX)의 다음 도전은 개방성, 투명성, 안정성, 신뢰성을 갖춘 데이터 공간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지난 14일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난 도미니크 로무스 독일 랩스네트워크 인더스트리 4.0(LNI 4.0) 최고기술책임자(CTO·사진)는 “유럽의 데이터 주권을 확립하고 유럽연합(EU) 차원의 데이터 공간 생태계를 구축하는 프로젝트인 가이아-X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LNI 4.0은 제조업체의 디지털화를 지원하기 위해 2015년 설립된 독일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의 산하 협회다. 지멘스의 공장 및 생산 분야 전문가인 그는 이곳에서 인더스트리 4.0 테스트베드 네트워크와 사용 사례 연구를 지휘하고 있다.

가이아-X 프로젝트란 유럽의 클라우드 컴퓨팅, 스마트 제조 등 데이터 관련 사업자를 연결하는 실질적인 소프트웨어 표준을 제정하는 프로젝트다. 다수 이해관계자가 데이터 사업들을 상호 연결 및 운용하는 걸 기술적으로 뒷받침하고,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공유 체계를 마련하는 게 핵심 목표다. 2019년 10월 출범 당시 SAP, 지멘스, 아토스, 에어버스 등 22개이던 참여 기업은 최근 약 360개로 늘었다.

로무스 CTO는 2021년 2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공식 출범한 가이아-X협회(AISBL)의 초대 최고운영책임자를 지냈다. 그는 “독일 산업계가 제조업 부흥을 위해 추진한 디지털 대전환 정책인 인더스트리 4.0을 계기로 2019년부터 데이터 클라우드 플랫폼의 필요성을 본격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을 위해 소비자 생산자 판매자 등의 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유럽의 독자적인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한 것도 클라우드 플랫폼 자체가 디지털 대전환의 핵심이라고 판단해서다. 로무스 CTO는 “우리는 가이아-X를 가지고 미국 등의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자)와 협력해 데이터 공간을 넓혀나갈 계획”이라며 “하이퍼스케일러에 대항하는 게 아니라 협력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주마다 소프트웨어가 업데이트되는 정보기술(IT) 영역과 제조업체 등 업데이트 빈도가 낮은 운영기술(OT) 영역 양쪽을 하나의 데이터 생태계로 끌어들이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며 “기업이 단독으론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한 데이터 공간이 아니라 신뢰와 안전성을 중심으로 아주 잘 통제되고, 질서와 법칙이 잘 갖춰진 공간이어야 한다”며 “이런 공간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이어 “자동차산업의 데이터 생태계 구축 프로젝트인 카네타-X와 같은 중요한 등대 프로젝트는 가이아-X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모범 사례”라고 소개했다.

그는 디지털 대전환의 성공 방정식으로 “상호 운용성을 위해 AAS(자산관리 셸)와 같은 기존 표준을 최대한 활용하고 베스트 프랙티스를 찾아 새로운 것을 개발하는 건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데이터 공간을 조성하는 목표 또한 명확히 설정해야 데이터를 공유하는 기업들이 서로를 신뢰하고, 최선의 솔루션을 찾아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슈투트가르트=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