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물류 계열사인 현대무벡스가 AI(인공지능)·로봇을 앞세워 스마트 물류자동화 사업 역량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딸인 정지이 전무가 이끌고 있는 현대무벡스는 현대엘리베이터와 함께 현대그룹의 부활을 이끌 수 있는 핵심 계열사로 평가받고 있다.
임주혁 현대무벡스 R&D본부장(왼쪽)과 이성호 씨메스 대표가 25일  AI·로봇 스마트물류 혁신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대무벡스 제공
임주혁 현대무벡스 R&D본부장(왼쪽)과 이성호 씨메스 대표가 25일 AI·로봇 스마트물류 혁신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대무벡스 제공
현대무벡스는 AI·로보틱스 스타트업 씨메스와 인천 청라R&D센터에서 ‘스마트물류 AI·로봇솔루션 혁신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25일 체결했다. 씨메스는 3D 비전(3차원 영상인식) 로봇솔루션 기반 비정형 3차원 로봇제어 시스템을 앞세워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비정형 3차원 로봇제어 시스템은 3D 비전 기술을 탑재한 로봇이 사람처럼 눈과 지능을 가지고 규칙이 정해지지 않은 비정형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한다.

현대무벡스는 자사의 토탈 스마트물류 솔루션과 씨메스의 AI·3D비전 기반 랜덤 오브젝트 디팔레타이저(팔레트 위 비정형 박스를 인식해 옮기는 로봇팔)를 접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보관·분류·이송 등 물류 프로세스의 자동화 성과가 기대된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현대무벡스는 양사의 강점 기술을 융합해 미래형 스마트물류 로봇솔루션 개발 협력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자동 상하차 로봇 △MFC(도심중소형물류센터) 솔루션 △AI피킹로봇 등 물류기술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현대무벡스 관계자는 “씨메스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미래 지향적 개발 협력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스마트물류 고도화를 위해 자체 R&D(연구개발) 역량 강화뿐 아니라 대외 협력도 적극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현대무벡스는 현대그룹 재기를 위한 핵심 계열사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35.2%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딸인 정지이 현대무벡스 전무가 각각 23.6%, 3.9%를 보유하고 있다. 정 전무는 현대무벡스에서 아시아 지역 총괄 전무를 맡고 있다.
현대무벡스 청라R&D센터 전경.
현대무벡스 청라R&D센터 전경.
현대무벡스는 2017년 현대엘리베이터의 물류 자동화사업부를 분리한 후 IT 업체인 현대유엔아이와 합병해 설립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한 기술력이 고스란히 이전돼 물류 자동화 부문에서는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냉동·냉장 부문을 비롯한 유통과 택배 등 물류자동화 사업과 승강장안전문(PSD)이 핵심 사업이다.

현대무벡스는 지난해 매출 2400억원, 영업이익 154억원을 올렸다. 물류자동화와 승강장안전문(PSD) 등을 핵심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향후 물류 자동화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성장성이 높다는 것이 그룹 관계자의 설명이다. 올 들어 본격화된 경기침체 여파에도 불구하고 올 2분기에 4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한 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 2분기 기준 수주잔액은 2236억원이다.

현대그룹은 2010년대 중반 이후 현대상선(현 HMM)과 현대증권(현 KB증권)이 잇따라 분리되면서 현대엘리베이터가 그룹의 ‘맏형’이자 유일한 ‘캐시카우’ 역할을 맡고 있다. 그룹 내부에선 물류 자동화 역량을 앞세운 현대무벡스가 하루빨리 현대엘리베이터와 함께 그룹 부활을 이끌 핵심 축으로 성장하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특히 현대무벡스는 스마트물류 기술 고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청라R&D센터가 문을 연 2019년 이후 수십여 종의 핵심 물류기술을 개발·상용화했다. 올 상반기에만 15건 등 지금까지 총 75건의 물류 신기술을 특허 등록했다.

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