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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시장은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는 동시에 논란 또한 끊이지 않는 분야다. 지난해 루나·테라 폭락, FTX 파산 등의 사태가 벌어진 데 이어 최근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가상자산 해외송금 업체 리플이 토큰의 증권성 여부를 두고 치열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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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가상자산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의 가능성에는 다수가 동의하고 있다. 탈중앙·보안성을 강점으로 금융 및 유통의 혁신을 가져오고 다양한 산업에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성장 잠재력 또한 상당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삼정KPMG경제연구원이 마케츠앤드마케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글로벌 블록체인 시장 규모는 2024년 235억달러(약 30조691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이 가져올 탈중앙화된 ‘웹 3.0’이 일상화되려면 기술과 인프라가 더욱 고도화되고, 관련 제도도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블록체인의 볼트와 너트’로 불리는 블록체인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스타트업들이 있다. 작년 5월 세워진 에이포원(A41)도 그중 하나다.

○블록체인계 국회의원 ‘밸리데이터’

'블록체인 인프라' 구축하는 스타트업들…'밸리데이터'가 뛴다
“저희는 이 산업의 가능성을 믿고 있기 때문에, (산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박광성 A41 대표(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A41은 브랜드명으로 법인명은 에이포엑스다. 이 기업은 밸리데이터(검증인), 서비스형 거버넌스, 콘텐츠 제작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에이포엑스는 투자시장 경색에도 작년 말 150억원 규모의 시드(초기) 투자를 받으며 유망 블록체인 스타트업으로 떠올랐다. 이달 초 열린 앱토스 서울 해커톤에서는 ‘툴킷’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 해커톤은 블록체인 앱토스(APT)가 서울에서 개최한 개발자 행사다.

A41은 블록체인 밸리데이터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밸리데이터는 지분증명(PoS) 방식의 블록체인 프로젝트에서 노드를 운영·관리하며 생태계를 유지하는 역할이다. 이 방식은 컴퓨팅 파워를 통한 연산 능력으로 블록을 생성하던 기존 작업증명(PoW)에 비해 에너지 효율과 확장성에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이더리움을 비롯한 다수의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이를 택하고 있다.

밸리데이터는 가상자산 소유자에게 위임받은 만큼 블록에 담긴 거래를 검증하고 생성한다. 이용자를 대신해 거버넌스에 참여해 투표를 하기도 한다. 거버넌스에는 생태계 운영 방향성 등이 투표 안건으로 올라오는데, 이를 블록체인상에서 투표하는 것이다. 밸리데이터는 이처럼 블록 생성에 기여하는 대신 일정한 보상을 받는다. 위임받은 스테이킹(예치) 물량이 많을수록 보상이 늘고, 네트워크 내부에서 영향력이 커진다. A41은 현재 앱토스, 코스모스, 폴리곤, 오스모시스, 주노 등 8곳 이상의 네트워크에 밸리데이터로 참여하고 있다.

○해커톤 통해 아이디어 검증

거버넌스 사업도 A41이 집중하고 있는 분야다. 박 대표는 “매주 투표에 대한 내용을 분석하고 설명하는 자료를 내고 있다”며 “검증인으로서 목소리를 내고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인 만큼 대의민주주의에서 국회의원의 역할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블록 생성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규칙을 지키지 못한 경우 ‘슬래싱’이라는 페널티가 주어지기도 한다. 이들에게 위임한 이용자에게도 페널티가 적용되기 때문에 해당 밸리데이터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된다. 그럴 경우 밸리데이터는 위임받는 물량이 줄어들게 된다. 지지 세력이 줄어드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PoS 방식은 다수의 세력이 독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이용자가 언제든 검증인을 바꿀 수 있어 자정 작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A41은 상세한 리서치 자료를 제작해 공개하고 있다. 이 분야에 관심을 갖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 역시 생태계에 기여하는 일이라는 생각에서다. 디앱(DApp), 가상자산 대시보드,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서비스 등에 대한 상품 개발 역시 고려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8월 코스모스 해커톤, 이달 앱토스 해커톤 등 글로벌 해커톤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상품에 대한 내부 아이디어를 검증해보자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아직 뉴비(신참)인 만큼 우선 밸리데이터로 자리매김하는 것에 집중해 참여 중인 네트워크에서 더 강한 영향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기관, 단체 등이 스테이킹할 수 있는 인프라 서비스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선 이미 유니콘 속출

해외 투자업계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블록체인 인프라·서비스 구축에 투자해왔다. ‘빅 플레이어’로 성장한 해외 기업도 상당하다. 이들 기업은 다시 초기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생태계를 키워나가고 있다.

블록체인 인프라 개발사 바이슨트레일은 2021년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 인수돼 코인베이스 클라우드로 통합됐다. 2018년 세워진 피그먼트 역시 밸리데이터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이 기업은 2021년 말 1억1000만달러(약 13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기업가치 14억달러(약 1조6700억원)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 기업인 미래에셋이 투자한 곳이기도 하다.

같은 해 유니콘 기업에 오른 블록데먼은 보안성이 높은 기관급 블록체인 인프라가 강점으로 알려져 있다.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은 인프스톤스 역시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광풍이 꺼진 뒤에는 블록체인 인프라가 남아 새로운 거래 방식과 플랫폼을 만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벤처캐피털(VC) 앤드리슨호로위츠는 작년 상반기 보고서를 통해 “지금과 같은 트렌드가 이어진다면 2031년에는 웹 3.0 이용자가 10억 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