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조업의 미래, 디지털 혁신에 길 있다
지난 1월 열린 ‘CES 2022’에서 185년 전통의 농기계 기업인 존디어가 선보인 완전 자율주행 트랙터가 주목을 받았다. 이 트랙터는 오랫동안 수집한 농업기술 데이터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기술을 결합해 스마트폰으로 24시간 작업이 가능하다. 스스로 토양 상태를 측정해 적합한 곡물을 필요한 만큼 심고, 비료와 농약을 투입할 수 있다. 이 회사는 향후 자율주행 기능을 구독 서비스로 제공해 농업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혁신의 전쟁터라 불리는 CES가 제시한 기업의 미래상이다. 이는 디지털 전환으로 활로를 모색 중인 우리 제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조업의 미래는 곧 한국 경제의 미래다. 국내총생산(GDP)의 27.8%를 차지하는 제조업은 그 비중이 제조 강국인 독일, 일본보다 높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가 발표한 제조업 경쟁력도 세계 3위다. 강한 제조업 덕분에 팬데믹이 초래한 경제 위기 속에서도 우리는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초연결 시대에도 한국 경제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지속가능한 제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관건이다.

하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도 기후위기 대응과 디지털 혁신은 큰 숙제다. 자동차, 석유화학 등 탄소배출이 불가피한 주력 제조업은 글로벌 탄소감축 추세에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빅데이터, AI 등 혁신기술을 생산과정 전반에 도입해 스마트한 제조업이 되는 것도 시급하다. 글로벌 기업과 각국 정부도 경쟁적으로 탄소중립과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환의 속도가 곧 미래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전환’의 시대를 맞아 우리 제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첨예해지는 글로벌 경쟁을 뚫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이 선결돼야 한다. 디지털 전환과 혁신에 성공한 기업들은 빠른 속도로 생산성과 효율을 높이고 있다. 독일 벤츠는 차량 설계에서 제작까지의 기간을 1년에서 3개월로 단축했고, BMW는 디지털 트윈 기술로 생산 효율을 30% 개선했다. 제조업의 탄소배출 저감도 디지털 전환이 효과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디지털로 연결된 제조 공정의 에너지·탄소배출 데이터를 분석해 이를 최소화하는 것이 쉬워진다. 기업들의 인식 전환도 중요하다. 디지털 전환을 생존전략으로 삼아 과감히 투자할 필요가 있다. 생산성 확대와 탄소 저감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수익원과 신사업을 창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제조기업의 디지털 혁신을 돕기 위한 산업단지의 기반 인프라 마련도 중요하다. 제조업 생산과 수출의 약 65%, 고용의 절반을 차지하는 산업단지를 떼어놓고 제조업의 미래를 논할 수는 없다. 가치사슬로 연결된 제조기업들의 집적 공간이라는 특성도 초연결 환경을 만들기에 좋은 여건이다. 다행히 최근 개별 공장의 스마트화를 포함해 산업단지에 디지털 인프라를 확충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생산, 물류, 에너지 등 기업의 정보를 연결한 데이터플랫폼을 구축해 산업단지의 생산성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려는 시도다. 한 예로 가상공간에서 미리 가공, 조립, 검사를 시험할 수 있는 공정혁신 시뮬레이션센터는 기업들의 공정 최적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재 10개 지역에서 진행 중인 스마트그린산단 프로젝트가 전국으로 확산하면 우리 제조업의 미래 경쟁력도 배가될 것이다.

생존조차 버거운 초경쟁 속에서도 디지털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 꼭 이뤄야 살 수 있다는 절박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전통 제조업과 산업단지가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한국 경제를 이끌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