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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목적에 수소·블록체인…코로나 3년차 주총 화두는 `신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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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주주총회 관전포인트

에쓰오일 `수소 사업` 추가로
탄소중립·에너지 전환 대응
LG전자는 블록체인·의료기기

세아베스틸·LS일렉 `물적분할`
신성장동력 육성 위한 포석

금호석화 `조카의 난` 재연 조짐
한진칼-KCGI 표대결도 예고
◆ 막오른 주총시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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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인 에쓰오일은 22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업 목적에 '수소·수소연료전지 관련 사업' 추가를 골자로 한 정관 변경을 추진한다. ESG(환경·책임·투명경영) 기조에 맞춰 수소 사업에 적극 뛰어들려는 취지다. 지난 1월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아람코와 블루수소·석유화학 신기술 관련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블루수소는 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별도 포집·저장해 온실효과를 낮춘 수소다. 철강 다음으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정유회사들이 수소 사업을 본격화하는 이유는 '탈(脫)탄소' 리스크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서다. 작년에는 고유가 덕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향후 탄소중립·에너지전환 정책 영향으로 석유사업이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코오롱그룹에서 산업자재·화학소재 사업을 주로 하는 계열사 코오롱인더스트리도 신사업에 '친환경 제품'을 추가했다. 지난해 개발에 성공한 '썩는 플라스틱'을 활용한 각종 상품을 선보일 전망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나노 섬유' 연구·제조 가공·판매업을 추가하고 골프웨어 브랜드 '왁(WAAC)'을 물적분할하는 안건도 상정한다. 지난해 100% 자회사로 편입한 코오롱머티리얼의 나노 섬유 설비를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본궤도에 오른 골프웨어 사업에 힘을 싣는 행보다.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철강 업종에서도 탄소중립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특수강을 만드는 철강사인 세아베스틸은 지주사를 설립하고, 세아베스틸은 신설법인 사업회사로 물적분할하는 내용의 계획서를 25일 주총에서 확정할 계획이다. 물적분할을 통해 사업체계 개편을 꾀한다는 게 특징이다. 세아베스틸은 자회사 간 시너지 효과 창출과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을 지주사 체제 전환 배경으로 설명했는데, 철강업계에서는 세아베스틸이 친환경 신사업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한다.

물적분할을 통해 신사업 부문을 주력 사업으로 키우려는 흐름도 있다. LS는 전기기기와 부품을 생산하는 자회사 LS일렉트릭에서 'EV 릴레이(전기차 전력 조절장치)' 사업을 별도로 떼어내 'LS이모빌리티솔루션'이란 회사를 4월 1일자로 신설할 예정이다. LS는 "사업 분리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분야 전력제어용 핵심부품 사업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정관변경·물적분할 등 구체적인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방위산업이 주력인 (주)한화도 '한화모티브(Hanwha Motiev)'란 이름으로 전기차 배터리 충전 사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G전자는 블록체인과 암호화 자산 관련 사업 외에 '유리 파우더 등 기능성 소재 제작·판매'와 '의료기기 제작·판매'도 사업 영역에 추가했다. 전자제품 접합과 밀봉에 활용되는 유리 파우더의 경우 LG전자의 주방가전 사업과 관련성이 있으며, 의료기기는 탈모치료기·통증완화기 등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군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코로나19 이후 더욱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신사업을 꾀하는 흐름이 이번 주총 시즌의 핵심적 추세지만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경영권 분쟁도 있다. 재계 서열 59위인 금호석유화학에서는 1년 만에 '조카의 난'이 재연될 조짐이다. 지난해 숙부인 박찬구 회장과의 표 대결에서 패했던 박철완 전 상무가 또다시 공개적인 행보에 나선 것이다. 박 전 상무는 지난달 사내외이사 후보 추천과 배당 확대 등이 담긴 주주제안서를 회사에 제출했다. 이어 최근에는 선친의 경영철학 계승, 비대면 전자투표 도입 등 목소리를 높였다. 중견건설사 IS동서가 박 전 상무의 우호 세력으로 다시 등장할지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금호석유화학은 아직 주총 소집공고를 내지 않았다.

한진칼 주총에서는 2년 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였던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또다시 표대결을 예고한 상태다. KCGI 측은 "기업가치와 주주권익 보호를 위해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 실형의 확정 판결을 받은 자는 이사가 될 수 없도록 하는 등 자격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년 전에 이어 또다시 지난 1월 승진한 조현민 (주)한진 사장을 견제한 것이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를 추천했다.

SK케미칼은 주주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안다자산운용과 갈등을 겪고 있다. 안다자산운용은 최근 SK케미칼 이사회에 배당 확대,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매각,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물적 분할과 상장으로 SK케미칼의 주주가치가 훼손됐기 때문에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고 독립적 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게 안다 측 주장이다.

[박윤구 기자 / 이유섭 기자 / 이축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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