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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큰손 고객으로 떠오른 금융권

신찬옥 기자
입력 : 
2021-12-06 17:50:45
수정 : 
2021-12-11 22: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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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전환·새 회계기준에 필수
KB금융 맞춤 서비스 전략 `눈길`
◆ 금융권 개발자 유치 전쟁 ◆

최근 클라우드 업계의 주요 관심 고객은 금융권이다. 스타트업처럼 예산이 없어서도 아니고, 게임업계처럼 수요 예측이 어렵지도 않은데도, 금융사에서의 클라우드 논의가 활발하다. 정보보안 규정이 까다롭고 규제의 문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검토하면서 외부 인력의 수혈도 활발하다.

우선, 눈에 띄는 확연한 변화는 금융권 고객들이 비용절감이 아니라, 금융혁신 관점에서 클라우드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 전방위로 번져가는 핀테크/빅테크 기업들과의 경쟁 뿐만 아니라, 디지털 혁신은 물론,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마이데이터 사업에 이르기까지 클라우드 활용이 커져가기 때문이다. 더불어, 금융권 개발자들이 테크기업으로의 이직이 늘면서 자체 역량 강화로 대응하기에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현실적인 측면도 있다.

임정욱 네이버클라우드 금융세일즈 리더(이사)는 "DX와 클라우드 준비는 2~3년 전부터 해왔는데, 올해부터 변화속도가 확실히 빨라졌다는 것을 느낀다. 태동기를 넘어 점진적 확산기 초입으로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고객사 미팅에서 질문이 예전보다 3~4배는 많아진 것이 그 증거다. 임 이사는 "예를 들어 전에는 '클라우드 전환하면 보안이 약해지지 않나요'라는 의례적인 질문을 던졌다면 올해부터는 '기존 시스템과 환경이 다른데 클라우드로 전환시 어떤 어려움이 가장 크냐' 이런 식의 구체적인 질문이 나온다. 클라우드 전환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물어본다는 뜻"이라고 했다.

데이터 관리도 예전에는 고객정보나 상품정보를 자체적으로 잘 관리하고 분석하는 데 집중하였다면, 최근에는 다른 산업군과 연계하여 시사점을 찾아 마케팅 방안과 시너지를 낼 방법을 찾는다. 본격화되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따라 금융권들이 발빠르게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 또는 의료 분야 개인데이터, 네이버 쇼핑/검색 등의 시장데이터 등을 활용하기 위한 빅데이터분석플랫폼을 준비하고 있으며 지방은행들은 지방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한 기회로도 여기고 있다.

또한,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방식도 급변하고 있다. 구축하고자 하는 시스템에 따라 가격이나 기술을 비교하기보다, 후보군 몇 개를 미리 정하여 필요할 때마다 그에 맞는 회사별 장점을 따져가며 맞춤형으로 골라 쓴다. 예를 들어, 새 회계기준(IFRS17)을 앞둔 보험사들은 계측 산술에 뛰어난 마이크로소프트의 A 서비스를 이용하고, 데이터 검색에는 구글의 B 상품을 이용하고, 머신러닝/사물통신에는 AWS의 C 상품을 선택하는 식이다. 좀더 규모가 되는 금융지주사의 경우에는 중요한 시스템은 프라이빗 클라우드로 자체 구축하고 일부는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소싱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글로벌1위 또는 국내 1위' 회사를 찾는 것도 금융권의 특징이다. 만에 하나 장애가 생겼을 경우 고객과의 신뢰가 무너지는 만큼, 다른 산업보다 훨씬 책임이 무겁고 피해 규모 또한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클라우드 회사들도 각자 경쟁력을 내세워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 중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한국어 인공지능(AI)과 자동 문서인식 기술인 OCR(광학문자 판독) 서비스에서 경쟁력을 어필하고 있으며 KT는 고객센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금융사 중 네이버 클라우드 고객이 약 100여곳, KT는 약 60여 곳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권 클라우드 전환은 단연 빅5 시중은행이 이끌고 있다. 은행이 앞장서고 그룹차원에서 큰 그림을 그려서 각 계열사를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시너지를 창출하는 게 목적이다. 각 금융지주마다 약간은 다르게 전략을 수립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경쟁이 예상되며 이를 통한 금융서비스의 혁신 바람 또한 기대되고 있다.

은행 외 보험사들은 장기 전략으로 클라우드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증권사들이 동학개미, 공모주 열풍에 시스템 증설에 우선 대응하고 있다. 보험사의 경우, 계약서를 받고 보험금을 지급하거나 만기까지 손해보험은 1년, 생명보험은 10년이라는 중장기 상품인데다,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으로 챙겨야 할 데이터가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금융 데이터의 보고'로 알려진 카드사들은 수수료 인하 등을 앞두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이다 보니 초창기 앞섰다가 지금은 금융지주 계열사들과 보조를 맞추는 형국이다.

금융 클라우드와 디지털 전환 경쟁에서의 승자는 내년 말, 또는 내후년이면 일차적으로 그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경쟁사 눈치를 보면서 각자 물밑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열심히 준비중인 단계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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