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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에 맡기던 농작물 선택, 이젠 빅데이터로"

정혁훈 기자
입력 : 
2022-01-26 17:35:51
수정 : 
2022-01-26 19: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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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팜모닝` 가입자 50만
작물선택·농장설계는 물론
유통까지 패키지 서비스
농업계 최대인 2100억원 유치
금융서비스·해외진출 노려
◆ 2022 신년기획 데이터 농업 혁명 ③ / 신상훈 그린랩스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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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신상훈 그린랩스 대표. [박형기 기자]
농업 스타트업 그린랩스가 최근 1700억원을 투자받아 누적 투자 유치 금액 2100억원을 기록했다. 그린랩스는 '팜모닝'이라는 디지털 농업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다. 농민들은 팜모닝을 통해 작물 재배, 병해충, 농자재 등에 대한 정보를 얻고, 수확한 농산물을 유통시킨다. 팜모닝은 서비스 개시 1년6개월 만에 가입 회원 50만명을 달성했다. 우리나라 전체 농가 수가 100만임을 생각하면 상당한 규모다. 그린랩스는 정보기술(IT) 창업가 출신 동료 셋이 공동 창업했다. 그들 중 경영을 총괄하는 신상훈 대표를 만났다.

그린랩스가 처음 팜모닝 서비스를 출범했을 때 주변에서는 '농민들은 디지털 친화적이지 않다'며 우려했다. 이에 대해 신 대표는 "택시기사들이 모바일 콜 서비스를 자유자재로 이용하듯 농민들도 팜모닝 서비스가 농사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고령농이 많은 점을 감안해 굳이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하지 않아도 메신저를 통해 알림 톡 형태로 맞춤형 정보를 보내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린랩스의 핵심 경쟁력은 데이터에서 나온다. 신 대표는 "농업인들이 현장에서 하는 일을 큰 범주로 구분하면 계획과 재배, 유통으로 나눌 수 있다"며 "그동안 농업인들이 경험이나 관행, 주변 사람의 소개로 이어가던 이런 과정을 우리는 철저하게 데이터에 기반한 디지털 플랫폼으로 해결해 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금까지 농민들은 농사를 짓기 전에 올해 어떤 작물을 어떤 시설에서 재배해 얼마를 벌겠다는 계획을 감으로 수립했지만, 팜모닝은 자체 빅데이터를 활용해 올해는 A보다는 B를 재배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농민에게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그린랩스는 농장 설계에도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사업 초기부터 스마트팜 사업을 진행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신 대표는 "회사의 첫 사업 모델은 기존 비닐하우스를 스마트팜으로 전환하려 할 때 그에 필요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일이었다"며 "그렇게 연결된 농가가 지금까지 2000여 곳에 이르다 보니 스마트팜 기술력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덕분에 농민이 어떤 작물을 재배할지 결정하면 그에 가장 잘 맞는 스마트팜에 대한 설계와 시공을 직접 해드리거나 시공사를 섭외해 준다"고 덧붙였다.

그린랩스는 농민을 대신해 유통까지 맡고 있다. 팜모닝 앱에서 '내 농산물 출하하기'에 작물을 등록하면 팜모닝에 연결된 바이어를 찾아주는 방식이다. 농가에서 바이어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물류까지 연결해 주고 정산도 바로 해준다. 신 대표는 "작년 매출 1060억원 중 절반가량이 계획과 재배 단계에서 나왔고, 나머지 절반은 농산물 유통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그린랩스는 대규모 투자 유치에 힘입어 올해는 신규 사업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금융 서비스 기능을 추가한다. 신 대표는 "농업인들이 농사를 지으려면 상당한 시설자금이 필요하다"며 "금융사들과 손잡고 농업인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팜모닝 서비스의 아시아 등 해외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며 "각국에서 협업이 가능한 현지 농기업들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투자회사들이 그린랩스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면서 가장 염려했던 점은 무엇이었을까. 뜻밖에도 사업 내용보다는 농업 특수성에 따른 규제 리스크였다. 신 대표는 "이번 투자에는 해외에서도 참여하다 보니 농업 플랫폼에 대한 농민 반대나 정부 규제가 생길 수 있다는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며 "그린랩스는 농민들과 상생하는 비즈니스라는 점을 강조했고, 투자사들이 이를 잘 이해해 줬다"고 말했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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