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IT·과학

디지털 전략의 핵심은 AI … 데이터 공급이 성패 가른다

이재철 기자
입력 : 
2022-11-07 16:08:48

글자크기 설정

데이터가 국부(國富)다 1
매일경제·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공동기획
사진설명
【게티이미지뱅크】
# 지난 9월, 세계 과학계를 놀라게 하는 뉴스가 터져나왔다. 과학계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브레이크스루상'의 영예가 다름아닌 영국 인공지능(AI) 기업 '딥마인드' 연구자들에게 돌아간 것. 딥마인드는 2016년 세기의 대결로 불리는 '이세돌 대 알파고'의 대국을 마련한 기업. 당시 알파고가 예상하지 못한 대국 전개로 이세돌 9단을 4승1패로 누르면서 비단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AI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커졌다. 딥마인드는 AI 연구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알파고의 후예로 단백질 구조 예측 AI인 '알파폴드'를 개발하고, 현재 인간 내 2만여 단백질 중 98.5%를 분석하는 수준까지 알파폴드 성능을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생물학계 50년 난제인 '단백질 접힘 문제'를 풀기도 했다. 알파고라는 AI 모델은 이렇듯 바둑 대국을 넘어 인류 생명 연장의 비밀을 풀 열쇠로 급부상하고 있다.

6년 전 알파고가 한국 사회에 던진 '디지털 충격'은 그야말로 막대했다. 말로만 듣던 AI가 얼마나 빠르게 진화하며 실제 우리 현실에서 어떤 변화를 예고할지 바둑을 모르는 어린이들까지 분명하게 목도했다. 바둑 대국을 위해 학습된 알파고가 수년 새 생명공학 연구로 확장돼 인간이 해결하지 못한 각종 난제를 푸는 대목에서 세상을 바꿀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의 출현이 머지않았음을 직감하게 된다.

사진설명
매일경제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은 이처럼 급변하는 디지털 경제·사회 환경에 주목하고 '데이터가 국부(國富)'라는 연속 기획으로 AI 고도화를 위한 학습용 데이터의 가치와 공급망 생태계 관리 전략을 집중 조명한다. 그 첫 시작으로 한국에서도 경제·사회의 체질을 디지털 중심으로 바꿔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음을 소개한다. 디지털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주요국들의 경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최근 윤석열 정부가 '디지털 선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내놓은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9월 미국 순방 중 뉴욕대(NYU) 포럼에서 디지털 질서를 주도하는 '뉴욕 구상'을 내놓아 각계의 주목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넘나들며 자유와 연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심화된 디지털 모범 국가로서, 그 성과를 세계 시민들 그리고 개발도상국 국민들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설명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선도국을 실현하는 구체적인 정책 청사진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을 발표해 본격적인 이행에 들어간 것이다. 이 전략은 산업 중심의 정책 범위를 넘어 경제·사회 전반으로 정책 과제를 종합해 연계시킨 마스터플랜으로 평가받는다.

정부는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을 통해 디지털 혁신의 동력인 AI·소프트웨어(SW)·클라우드·네트워크 등에서 세계 최고의 디지털 역량을 확보할 것임을 천명했다.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세계 최고 수준(3위)의 디지털 경쟁력과 AI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세계 1위의 디지털 정부·인프라스트럭처 경쟁력을 확고히 하겠다는 야심이다. 또 탄탄한 디지털 역량을 토대로 경제·사회 전반의 디지털 혁신도 전면적으로 전개한다. 농축수산업에서부터 제조·서비스업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에 디지털 융합과 확산을 가속화해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민관 협업의 중요성도 이번 전략의 핵심 가치다. AI와 클라우드 등 디지털 기술 기반 플랫폼 조성에 집중해 정부를 혁신하고, 이 과정에서 혁신 기업들이 글로벌 진출을 확대하는 탄탄한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다. 민관이 힘을 합쳐 디지털을 활용한 민간의 자유로운 도전과 혁신을 북돋는 혁신 문화 확산에도 힘을 쏟겠다고 정부는 강조했다.



한국의 디지털 대도약 '뉴욕 구상' 발표하는 尹

사진설명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대(NYU)에서 한국의 디지털 대도약을 담은 '뉴욕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국가적 어젠다로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을 내놓은 것은 주지하듯 격화하는 주요국 간 디지털 패권 경쟁과 이에 따른 국가 경쟁력의 미래가 급격히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3월 미국 스탠퍼드대가 발간한 'AI 인덱스 2022'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AI 분야의 민간 투자는 2020년 대비 무려 두 배 증가한 935억달러(약 110조원) 규모로 커졌다. 이 중에서도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연구개발(R&D)부터 창업 생태계 강화에 속도를 내면서 정부는 물론 민간 기업 간에도 미국과 중국이라는 2강의 독점 체제가 강화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한국은 AI 스타트업 투자 규모를 기준으로 세계 10위권(11억달러)에 있는데 이는 이스라엘(24억 달러)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다른 유사 연구 결과를 보면 미국과 중국은 전 세계 AI 지식의 약 45%를 생성하고 있다. 미·중 선두 경쟁 구도에서 추격 그룹에 속한 한국은 디지털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특화 전략을 시급히 마련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AI 기술력을 둘러싼 양극화가 국가를 넘어 시장의 양극화로 심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AI 관련 투자와 인력이 글로벌 빅테크와 세계 최정상급 대학으로 집중되면서 AI 기술의 독점화가 발생하고 있는 것. 일례로 2020년 비영리 AI 연구소인 오픈AI(OpenAI)는 'GPT-3'라는 최대 규모의 언어 모델을 발표하고 몇 달 뒤 마이크로소프트(MS)에 독점 사용권을 부여했다.

대규모 언어 모델은 엄청난 양의 텍스트를 학습하도록 훈련된 알고리즘으로 한국의 주요 빅테크들도 사활을 걸고 연구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정 빅테크의 막대한 자본력과 영향력이 이처럼 핵심 AI 기술을 먼저 독점·권력화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민관이 힘을 합쳐 준비하는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은 이처럼 대내외 변화에 선제 대응해 '대한민국 주식회사'의 포트폴리오를 디지털 중심으로 강화하고 산업별 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리겠다는 담대한 목표가 설정돼 있다.

이에 대해 학계를 비롯해 각계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략의 핵심은 곧 AI"라며 AI 산업 고도화를 위한 출발점이 전 산업에 걸쳐 최고 품질의 학습용 데이터 공급·관리에 달려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AI 연구의 세계적 석학인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는 앞서 언급한 'GPT-3' 언어 모델에 대해 "데이터, 신경망에서 더욱 큰 규모의 증가가 이뤄지면 인간의 이성적 사고와 유사한 구현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AI 고도화 과정에서 학습용 데이터의 가치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앤드루 응 스탠퍼드 교수 역시 "훌륭한 AI 모델의 기반은 데이터뿐"이라고 일갈한다. 올바른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모델이나 코드를 고정 상태로 유지하며 데이터 품질을 반복적으로 개선하는 방식의 '데이터 일관성'이 AI 연구 성패를 좌우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디지털 선도국을 이끄는 근원 자산인 데이터의 가치에 주목하며 지난해 '데이터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기본법'(데이터 기본법)을 제정했다. 이 법의 핵심 가치는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확보·활용하는 과정에서 봉착하는 법과 제도적 어려움을 줄이고 물 흐르듯 데이터 생산·공유 활동을 돕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책적 지원과 더불어 전문가들은 세계적 빅테크가 AI 고도화를 위해 학습 방식을 다양화하기 위한 AI 데이터에도 함께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재철 기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