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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석유 넘어 디지털경제 대국"…64억달러 쏟아붓는 사우디

우수민 기자
입력 : 
2022-02-09 0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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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테크쇼 LEAP 2022 가보니

사우디가 추진하는 `비전2030`
탈석유·산업구조 다각화 통해
선도적인 기술허브 도약 꿈꿔

테크쇼 참여 기업 700곳 넘고
글로벌 연사 450명 혜안 제시
사흘간 관람객 10만명 웃돌아
◆ 사우디 테크쇼 'LEAP 2022' ◆

사진설명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서 사상 처음으로 열린 테크쇼 'LEAP 2022' 행사장 내부. [사진 제공 = LEAP 2022]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의 선도적인 기술 허브로 거듭날 것이다."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가 1일(현지시간)부터 3일간 수도 리야드에서 사상 첫 테크쇼 'LEAP 2022'를 열고 이 같은 '포스트 오일' 청사진을 대외적으로 구체화했다. LEAP 2022 개최는 석유 중심 산업구조에서 탈피해 경제를 다각화하겠다는 사우디 정부의 중장기 계획인 '비전 2030'의 일환이다. 실제로 사우디 정부는 최근 비석유 부문 국내총생산(GDP)을 16%에서 50%로 끌어올리고 민간 부문의 GDP 기여도 역시 40%에서 65%로 늘리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이후 지난 몇 년간 자체 테크 인프라스트럭처 구축과 글로벌 기업 유치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2020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는 사우디의 비석유 GDP에 6% 기여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에는 450명이 넘는 연사와 700곳이 넘는 기업이 참여했고, 10만명을 웃도는 관람객이 사흘간 현장을 찾았다. 또한 모빌리, STC 같은 현지 기업은 물론 화웨이, 에릭슨, 마이크로소프트, SAP, 시스코, 오라클을 비롯한 전 세계 빅테크 기업들이 전시 부스를 꾸리며 3만6050㎡ 규모의 행사장을 채웠다.

사우디, 64억달러 규모 ICT 투자 계획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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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둘라 알스와하 사우디 정보통신부 장관.
압둘라 알스와하 사우디 정보통신부 장관은 1일 기조연설을 통해 MENA 지역의 최대 디지털 경제 중심지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기 위한 64억달러(약 7조7000억원) 규모 미래 기술·스타트업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아람코 벤처의 프로스퍼리티7 펀드, NEOM 테크&디지털의 10억달러 투자, KACST의 국내외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단지 '더 개라지(The Garage)' 조성 계획 등이 포함됐다. 우선 사우디 아람코의 벤처캐피털 부문인 아람코 벤처가 '프로스퍼리티7'이라는 성장 펀드를 공식 출범했다. 프로스퍼리티7 펀드는 에너지 가치사슬을 넘어 헬스케어, 교육, 블록체인처럼 세계 각지의 가장 도전적인 과제들을 해결하는 혁신적 사업체들의 글로벌 진출에 필요한 자금과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또 사우디 북서부에 서울 면적의 44배 되는 용지에 구축 중인 스마트 도시 '네옴'에 적용될 디지털 트윈 메타버스 플랫폼 'XVRS'를 개발한다. 스타트업 진흥도 강화한다. 사우디 왕립과학기술원(KACST)은 국내외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에 보조금 투자, 인재 네트워크, 풀서비스 업무공간을 지원하는 창업지구 '더 개라지'를 구축해 '중동의 실리콘밸리'로 키운다는 목표다. 여기에 사우디,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오만, 르완다, 쿠웨이트, 요르단, 바레인 등 디지털협력기구(DCO) 8개 회원국에 대한 신속한 입국과 지원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여권'을 출범시켜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위한 행정적·재정적 부담도 줄이기로 했다.

에릭슨·화웨이·SAP CEO들, 세션 참여 이번 LEAP 2022를 후원한 유수 빅테크 기업의 수장들이 키노트 연사로 나섰다. 뵈리에 에크홀름 에릭슨 최고경영자(CEO)는 '지속가능한 디지털 미래의 가능성'을 주제로 발표하며 5세대 이동통신(5G)의 혁신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에서 처음 구축한 네트워크인 4G는 두 국가가 디지털화 생태계에서 고객을 독점하게 만들었지만, 기업과 소비자들의 디지털화를 새롭게 견인할 5G 시대에는 새로운 선도 지역들이 탄생할 것"이라고 짚었다. 사우디의 스마트 도시 구축을 위해 협업하고 있는 에릭슨은 이번 행사 부스에서 모바일 네트워크의 지연과 중단을 해소하기 위해 설계된 소프트웨어 도구 TCC를 선보였다.

크리스티안 클라인 SAP CEO는 '기술이 도전을 기회로 만드는 법'을 주제로 한 연설에서 "디지털 전환은 기술, 인재, 그리고 용기에 관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사우디 정부의 비전 2030 실현을 위해 △효율적 행정 지원을 위한 디지털 정부 플랫폼 구축 △사이버 보안 기준에 부합하는 클라우드 리전(데이터센터) 설립 △인공지능·보안 분야 인재 양성과 연구기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궈핑 화웨이 순환회장 역시 사우디에 새로운 클라우드 리전을 구축하고 지역 AI 인재를 육성할 계획임을 밝혔다.

韓에듀테크 참가…지영조 현대차 사장 연설 국내 기업으로는 에듀테크 스타트업 지니로봇이 유일하게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지니로봇은 이번 행사에서 사우디 최대 통신사인 모빌리의 전략적 파트너사로 부스를 마련했다. 비대면 교육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회사의 영상 교육 플랫폼 '지니클래스'와 연동해 학생들의 학습 진행 상황을 파악함으로써 양방향 수업을 가능하게 한 '지니펜'을 새롭게 소개하며 방문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특히 사우디 제다대학 총장을 지낸 압둘파타 술레이만 마사트 사우디 성지순례부 차관보가 부스를 찾으며 현지 정부 사업 입찰 가능성을 높였다. 이은승 지니로봇 대표는 "영상 수업과 실시간 연동되는 스마트 기기를 통해 비대면 수업의 한계를 줄였다는 점에서 현지 반응이 좋다"며 "사우디가 중동의 메인 시장인 만큼 이곳에서 사업이 잘 진행되면 오만,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와 같은 인접 국가로 진출하기 용이해진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인 중에서는 지영조 현대자동차 이노베이션 담당 사장이 유일하게 연사로 참여했다. 지 사장은 '모든 것의 이동을 혁신하는 법'을 주제로 한 영상 세션에서 스마트 도시 구축을 위해 사람과 물건의 이동이 함께 세심하게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율주행차와 드론을 포함해 AI를 활용하는 모든 기기와 자산들이 로봇이라는 점에서 로봇공학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 같은 첨단 자산이 스마트 도시와 스마트 제조의 기술 발전을 촉진해 사람과 상품의 이동성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기술을 활용하기 전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정밀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발전된 시뮬레이션에 메타버스도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리야드 = 우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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