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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초거대 데이터센터 지으려…전세계 큰손들 韓 몰려온다 [Digital+]

우수민 기자
입력 : 
2022-04-04 17:03:37
수정 : 
2022-04-05 09: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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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 10만대 이상 운영하는
거대한 데이터 물류센터
4차산업혁명·코로나로 수요폭발
국내는 대부분 중대형 이하 그쳐

에퀴닉스, 싱가포르투자청과
6300억 들여 데이터센터 설립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도
용인에 축구장 14개 규모로 준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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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초거대(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한국이 전 세계 '큰손'들로부터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초고속으로 성장하는 국내 클라우드 시장 성장을 뒷받침할 제반시설로 꼽히면서다. 클라우드란, 인터넷 통신망 어딘가에 '구름'처럼 싸여 보이지 않는 컴퓨팅 자원을 각 기관·기업 내부의 전산실에서 벗어나 필요한 만큼 외부에서 가져다 쓸 수 있는 가상 서버를 말한다. 개념 자체는 가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서버와 네트워크 장치를 비롯한 컴퓨팅 장비를 갖춘 물리적 공간이 필수다. 이 공간이 바로 데이터센터다. 그중 초거대 데이터센터는 10만대 이상의 서버를 운영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로 통용된다. 일종의 거대한 '데이터 물류센터'인 셈이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원가 절감을 이루며 대용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전달·처리하기 위한 압도적인 성능을 지원할 수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일찌감치 전 세계 곳곳에 관련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한 상황이다. 그에 비해 아직까지 국내에선 데이터센터 대부분이 중대형급 이하에 그치고 있어 그만큼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 韓 초거대 데이터센터 사업 올라타는 전 세계 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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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CNS가 구축 운영 예정인 죽전 데이터센터 조감도. [사진 제공 = LG CNS]
향후 2년은 국내 초거대 데이터센터 시장의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3월 한 달에만 2개의 해외 연기금이 연이어 국내 초거대 데이터센터 투자를 발표하면서다. 먼저 방아쇠를 당긴 건 미국 최대 데이터센터 리츠(임대·위탁운영) 업체인 에퀴닉스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한 싱가포르투자청(GIC)이다. 6300억원 규모의 이들 합작법인은 에퀴닉스의 초거대 데이터센터 2곳(SL2x·SL3x)을 서울에 설립하기로 했다. 현재 건설 중인 SL2x는 6600㎡가 넘는 코로케이션(서버 위탁관리) 공간과 22㎿(메가와트) 전력용량을 제공할 예정이다. 2023년 완공되면 AWS, GCP, MS, 알리바바 클라우드와 같은 전 세계 초거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CSP)의 수요를 충족할 전망이다.

이경자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총 45㎿의 전력용량을 제공하는 이번 에퀴닉스의 국내 초거대 데이터센터 설립을 기점으로 한국의 데이터센터 시장은 초대형화할 것"이라며 "2021년까지 데이터센터 시장의 주요 타깃이 유럽이었다면 2022년부터 아시아·태평양 지역 확장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캐나다 최대 연기금인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도 투자 대열에 합류했다. 한국 부동산 개발업체인 퍼시픽자산운용과 손잡고 용인 죽전에 초거대 데이터센터 사업을 발주했다. 축구장 면적의 약 14배 수준인 연면적 9만9070㎡ 규모로 수전용량은 100㎿에 달한다. 구축·운영을 맡은 LG CNS 관계자는 "2024년 준공될 죽전 데이터센터는 지리적으로 판교에 인접해 있어 판교 정보기술(IT) 기업들의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 IT 기업들도 2023년을 목표로 속속 자체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6500억원을 들여 총면적 29만3697㎡ 규모의 제2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짓고 있다. 네이버의 첫 데이터센터인 '각 춘천'보다 6배 이상 넓다. 카카오도 경기도 안산 1만8383㎡ 용지에 총 12만대 서버를 보관할 수 있는 초거대 데이터센터 설립에 돌입한 상황이다.

◆ AI·메타버스·자율주행이 촉발해 팬데믹이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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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최근 국내 초거대 데이터센터 구축에 불이 붙은 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디지털 트윈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진전되며 데이터 저장·처리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을 예로 들면, 자율주행차는 승객이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달하도록 카메라, 레이더, GPS와 같은 다양한 센서를 통해 자동차 내·외부 상황을 실시간 탐지한다. 구글 무인자동차의 경우 300여 개 센서를 통해 초당 1GB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눈 한번 깜빡할 정도의 찰나마다 초고화질 TV 프로그램 한 편에 해당하는 데이터 양을 처리하는 셈이다.

이와 함께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경제의 일상화도 비정형 데이터 처리 수요를 부추겼다. 실시간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하는 라이브 스트리밍, 가상현실·증강현실(VR·AR), 다중 영상회의, 배달 플랫폼과 같은 애플리케이션은 텍스트, 음성, 영상을 비롯한 각종 비정형 데이터의 빠른 처리를 위해 높은 대역폭과 낮은 지연성을 요구한다. 대표적으로 전 세계적인 재택근무·온라인 수업 바람과 함께 영상회의 업체인 '줌(Zoom)'은 한때 데이터 트래픽이 전년 동기 대비 535% 상승하기도 했다.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진 점도 클라우드 수요를 크게 늘렸다.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는 도심 사옥에 사내 전산실을 확장하기가 버거워진 상황에서 클라우드 개발 환경을 구축하면, 개발에 필요한 IT 자원을 다른 이용자들과 공유하는 만큼 유지·보수비와 시간을 크게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탄소 배출 줄여라" 녹색 기술 경쟁도 치열
하지만 '전기 먹는 하마'라는 꼬리표가 붙을 정도로 높은 전력 소모량은 데이터센터가 풀어야 할 영원한 숙제다. 24시간 쉴 새 없이 가동되는 데이터센터는 서버 운용뿐 아니라 실내 냉각과 습도 유지에도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는 2020년 기준 약 200~250TWh(테라와트시)의 전력을 소모했다. 전 세계 전력 수요의 약 1% 수준으로 웬만한 국가의 전력 소비량을 웃도는 수준이다.

환경·책임·투명경영(ESG)과 탄소중립이 전 세계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데이터센터의 친환경적 운영을 위한 기술 개발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MS는 2018년부터 2년간 스코틀랜드 오크니섬 인근 바다에서 해저 데이터센터를 시험 가동하며 화제가 됐다. 길이 12m, 지름 2.8m 크기의 원형 컨테이너에 864대의 서버를 넣어 차가운 바닷속 36.5m 지점에 배치했다. 2017년부터 데이터센터 운영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고 있는 구글은 지난해 태양열, 풍력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과 시간대에 맞춰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겠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국내 업체들도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에 한창이다. SK텔레콤은 데이터센터에 사용될 AI 반도체 '사피온'의 성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기존 데이터센터에서 주로 사용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대비 딥러닝 연산 속도가 1.5배 빠르면서도 전력 사용량은 20% 줄어드는 점이 특징이다. 최근 데이터센터(IDC) 부문 분사를 결정한 KT는 AI 기술을 적용해 서버실의 냉방시설을 제어하는 'AI IDC 오퍼레이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공기, 온도, 습도를 AI가 분석한 데이터값에 따라 자동으로 시설을 제어한다.

[우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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