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도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벌써 30년 전 일이다. 코볼, C언어 등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섭렵하고자 부단히 애썼던 신입 시절이 있었다. 당시 한국은 정보기술(IT) 산업 태동기라 개발자 직무는 현재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입사 직후 회사를 떠나는 동료도 여럿 있었다. 이렇듯 적성은 어떤 일에 알맞은 소질이나 성격으로 연결된다. 즐기면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중도하차를 고민하는 이들 역시 존재한다. 화려해 보여도 본질 자체가 자신에게 맞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 어렵고 스스로도 불행에 빠지기 쉽다.
필자와 같이 동종업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기업인들은 개발자 구인난에 대해 같은 고민을 나눈다. 어쩌면 열정과 재능을 가진 인재를 찾는 기업과 취업이 급한 구직자와의 거리 좁히기는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인의 능력에 따라 높은 수준의 '몸값'을 약속하는 개발자 전성시대가 다수의 취업형 개발자를 길러내지는 않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네카라쿠배' 신조어처럼 모두가 국내 대표 IT 플랫폼 기업과 같은 고소득 직장만 추구해, 구인난과 구직난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는 점은 참 아이로니컬한 일이다.
다행히도 본인의 적성과 스타일에 가장 부합하는 직무인지 탐구해 볼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기업이 운영하는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국비 교육 등 예비 개발자를 위한 다양한 과정을 통해 IT 직군에 어울리는 자질을 갖췄는지 진단해 볼 수 있다. 먼저 온라인 강좌로 워밍업을 해보고 오프라인 과정에 돌입하는 것도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일 수 있겠다.
프랑스 소설가 앙드레 말로는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는 말을 남겼다. 요새 젊은이들을 마주하면 패기 넘쳤던 30년 전 필자의 모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팬데믹 장기화에도 꿋꿋이 노력하며 자신이 그리는 꿈을 닮아가는 예비 개발자들의 앞날이 기대된다.
[이지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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