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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칼럼

[매경시평] 세계 선도 대학을 키우려면

입력 : 
2022-08-01 00:05:01
수정 : 
2022-08-01 00: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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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화대와 서울대 차이는
정부 지원 격차에서 발생
강제할당식 균형발전도 문제

인재 모이는 수도권에
기초연구 `스케일 업` 할
사이언스파크를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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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필자는 중국 최고 명문 칭화대의 초청으로 사흘간 이 대학의 국제 평가에 참여했다. "우리는 추격자였습니다. 이제 세계를 이끌기를 원합니다.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 대학의 교육부총장이 말했다. 중국이 세계 정상에 서기 위해서는 칭화대도 세계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명제가 깔려 있는 범대학 차원의 국제 평가였다. 미·중 패권 다툼이 표면화되기 몇 달 전이다. 필자 외 미국, 영국 등 서방의 저명한 학자들이 초청됐다. 평가위원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첫째, 칭화대가 세계 정상의 대학이 되려면 긴 연구를 장려하고 연구 성과도 논문 숫자 중심에서 실제 영향력에 대한 정성적 평가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전공 체계를 넘어 넓게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경계를 허물고 글로벌 사회와 함께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권장했다.

2018년 12월 필자는 칭화대 최초로 글로벌 혁신 창업에 성공한 왕유 전자공학과 교수를 서울대 세미나에 초청했다. 화웨이 CFO 멍완저우가 밴쿠버 공항에서 체포된 지 며칠 후다.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 '디파이'를 2016년 공동 창업한 그는 2018년 미·중 디지털 패권 다툼이 심각해질 조짐을 보이자 회사를 미국의 '자일링스'에 매각했다. 왕 교수 사례를 모델로 삼아 글로벌 창업을 장려하려던 칭화대의 계획이 미·중 다툼으로 중단됐다.

칭화대 자회사인 칭화유니그룹은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위해 조성한 65조원 규모 국부펀드의 대표적 수혜 기업이다. 방만한 경영으로 이 회사가 지난해 파산 신청을 하자 새로운 자본을 투입해 지난 11일 부활시켰다. 지난주 이 반도체 국부펀드의 책임자와 샤오야칭 공업신식화부 부장(장관)이 규율 위반과 위법 혐의로 조사를 받는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시진핑 주석의 3기 집권을 앞두고 중국이 전략 분야 투자를 정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를 칭화대와 비교해보면 교수의 개인 실력은 서울대가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필자는 서울대가 더 우수하다고 평가한다. 서울대가 인문, 사회, 예술과 의학, 농학 등 전 학문 분야를 갖춘 종합대학인 것은 큰 장점이다. 또한 미국 실리콘밸리, 보스턴 등 서방의 혁신 클러스터에서 우리가 중국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네트워크와 기회가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중국 정부의 칭화대에 대한 지원은 서울대와 비교할 수 없다. 2021년 칭화대 예산은 317억3000만위안(약 6조1200억원), 서울대는 국고 보조금 5124억원을 포함해 1조1900억원이다. 5배 이상 차이가 난다. 칭화대에 인접한 베이징대의 221억3000만위안(약 4조2711억원) 예산을 합치면 10조3911억원이다. 서울대가 중국의 두 대학에 비해 새로운 과학기술과 문화를 연구하고 실용화하기에 얼마나 불리한 위치에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에 더해 수도권 대학들은 국토의 균형 발전 논리에 의해 발전이 억제되는 역차별을 받아왔다.

필자의 벤처기업을 인수한 글로벌 기업 SAP의 공동 창업자 하소 플라트너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한국에 연구소를 세울 것이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당신을 만나 새로운 연구를 하기 위해 연구소를 세우는 것이다." 15명에서 시작한 SAP의 한국 연구소는 350명 규모까지 늘어났다.

국가는 혁신이 자생할 수 있는 인프라스트럭처를 조성해야 한다. 인위적으로 인프라를 만들어놓고 사람들을 강제로 가게 하는 균형 발전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수도권에서 대학 인근에 독일의 프라운호퍼, 막스플랑크연구소와 같이 대학 기초연구를 '스케일 업' 할 수 있는 연구소와 혁신 벤처들을 위한 사이언스파크를 조성하길 제안한다. 이 사이언스파크를 미국 실리콘밸리와 보스턴 등 혁신 클러스터로 연결해 젊은이들이 세계로 나아가도록 해야 우리의 미래가 있다.

[차상균 서울대학교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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